김인식 "스타도 아닌데 착각하는 선수들이 있다" [한국야구, 길을 묻다]

김동윤 기자  |  2021.09.03 10:21
김인식 전 감독./사진=OSEN 김인식 전 감독./사진=OSEN
출범 후 40번째 시즌을 맞은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위기에 놓여 있다. 리그의 질적 수준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지적 속에 지난 도쿄올림픽에서는 노 메달 수모를 겪었다. 일부 선수들의 일탈도 끊이지 않는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팬들의 관심마저 시들고 있다. 스타뉴스는 창간 17주년을 맞아 KBO리그의 산증인들에게 한국 야구가 나아갈 길을 물었다. /스포츠부


[한국야구, 길을 묻다] ① 김성근 ② 김인식 ③ 허구연 ④ 이순철 ⑤ 이승엽

'국민감독' 김인식(74)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고문은 한국 야구 위기설에 '이 길밖에 없다'는 절박한 마음을 주문했다.

김인식 고문은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야구가 위기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야구를)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 정신 차리고 하는 수밖에 없다"며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와 심판, 나아가 방송 해설자까지도 모두가 이 길밖에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프로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근 몇 달 새 KBO리그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사고는 선수도 선수이지만, 그들을 둘러싼 구성원들의 책임도 크다고 봤다. 김 고문은 "중요한 것은 가르치는 사람도 스승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선의 지도자들은 선수들을 너무 풀어주는 경향이 있다. 훈련할 때는 하고, 뭐라고 해야 할 땐 따끔하게 해야 한다. 띄워만 줄 것이 아니라 비판할 건 해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이어갔다.

선수들의 계속된 일탈에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은 매번 인성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 때문에 야구 팬들은 징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이에 대해 김 고문은 "징계를 강화하는 것도 있지만, 선수들을 가르칠 때 많이 얘기해야 된다. 요즘은 선수들이 너무 눈치를 안 보는 것 같다. 선수들 스스로 '내가 이런 짓을 하다 걸리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참여한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사진=뉴스1 2020 도쿄올림픽에 참여한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사진=뉴스1
이번 2020 도쿄올림픽은 한국 야구 위기설에 기름을 부었다. 일부 선수의 태도 등 실력 외적으로도 여러 논란이 있었다. 김인식 고문은 "결과가 좋든 나쁘든 불거졌을 문제다. 메달 유무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올림픽에 가기 전부터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데 가서도 현장에서 보기 좋지 않은 모습이 TV에 비쳤다. 비판을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참가한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6개 팀 중 4위에 머물렀다. 실력 문제가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김인식 고문은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겼으면 했지만, 야구라는 것이 그렇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우리가 일본이나 미국에는 실력이 떨어진 것이 맞다. 투수 쪽이 가장 아쉬웠고 투타 밸런스 측면에서도 밀렸다"고 현실을 짚었다.

그리고 투수력 하락이 타자 수준뿐 아니라 KBO리그의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고 봤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과 준우승, 프리미어12 우승 등을 지휘한 김 고문은 "지금 KBO리그에는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같은 투수가 없다. 국제 대회에서 한 경기를 6회까지 책임져줄 투수가 없는 것이 아쉽다"며 "선발뿐 아니라 불펜에서도 과거에는 좋은 투수들이 나와 막아줬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이 보이질 않는다. 투수들이 좋아져야 타자들도 좋아진다. 상대하는 투수 수준이 올라가면 타자들은 덩달아 강해진다"고 아쉬워했다.

왜 류현진, 김광현 같은 투수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김 고문은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넘어올 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시속 150㎞을 던지는 투수들이 있다고 하는데 난 본 적이 없다. 설사 있다 해도 공만 빠르면 뭐 하나. 최근 빠른 공을 던지는 어린 투수들을 보면 컨트롤이 안돼 퓨처스리그로 쫓겨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수다움'을 내세웠다. 우리와 비슷한 신체조건에도 강속구 투수와 좋은 투수가 많이 나오는 옆나라 일본이 좋은 비교 대상이라고 했다. 김 고문은 "투수는 투수다워야 한다. 고등학교 때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고 스트라이크존 위아래를 공략할 줄 알아야 한다. 제구력, 체력, 지구력 다 중요하다. 구위가 확 죽지 않으려면 꾸준하게 던지고 연습을 많이 던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투수들이 갈수록 떨어지는 이유도 연습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경기 때 (몸 상태를) 조절하더라도 연습 땐 많이 던져야 한다. 그리고 하체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일본 선수들은 그리 체격이 큰 선수들이 아닌데 하체를 이용해 던질 줄 안다. 과거 마무리 훈련 때 일본에 가보면 그 선수들은 (체력 단련을 위한) 계단 훈련을 놀랄 정도로 한다"고 얘기했다.

대표팀 감독 당시 김인식 감독의 모습./사진=OSEN 대표팀 감독 당시 김인식 감독의 모습./사진=OSEN
하지만 최선을 다하다 보면 떠나간 팬들도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인식 고문은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떠난 것 같다. 외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스타 선수도 아닌데 그런 줄 착각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부분도 좀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필드 밖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을 부탁했다. 김 고문은 "사인 등 팬서비스도 열심히 해야 한다. 물론 선수들도 일부 팬들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안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다 해줘야 한다. 선수뿐만이 아니다. 구단 차원에서도 노력이 필요하다. 구단이 나서면 KBO도 발을 맞추게 돼 있다"고 당부했다.

김 고문은 "선배로서 내세울 것은 없지만, 후배들이 정말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회의 보편적인 상식선 안에서 산다는 마음가짐을 늘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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