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 뛰는 거 아냐?"..'파묘', 신명 나는 '연기 굿판' [김나연의 사선]

김나연 기자  |  2024.02.24 09:16

편집자주 | 영화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파묘 / 사진=쇼박스 파묘 / 사진=쇼박스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


장재현 감독이 '파묘'의 관전 포인트에 대한 질문에 꺼내놓은 답변이다. '파묘'를 보고 나면, 그의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터. '오컬트 장인'이라고 불려도 손색 없을 만한 장재현 감독이 깔아준 판에서 배우들은 신명 나게 '연기 굿판'을 벌인다. 한 우물을 판 감독과, 파도 파도 새로운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이 만났을 때, 이런 작품이 탄생한다. 영화 '파묘'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거액의 의뢰를 받고 미국 LA로 향한 무당 '화림'(김고은 분)과 '봉길'(이도현 분)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내로라하는 무당인 두 사람은 '귀신병'이 대물림되는 돈 많은 집안의 장손을 만나고, '화림'은 곧바로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다. '묫바람'이 들었다며 이장을 권하고, 이후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이 합류한다.

'상덕'은 이름 없는 묘가 자리한 곳에서 수상한 기운을 느끼고,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 중 악지"라며 거절하지만, '화림'의 대살굿 제안으로 파묘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나와서는 안 될 '험한 것'들이 등장해 기이한 사건이 휘몰아친다.

'파묘'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스토리에 더해 시종일관 스산하고 오싹한 분위기로 관객을 압도하고, 어느 순간에는 숨 쉬는 것도 잊을 만큼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직관적이고 체험적인, 화끈한 육체파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장재현 감독의 바람은, 그가 던진 퍼즐 조각을 빈틈없이 맞춘 배우들로 인해 비로소 완성되는 셈이다.

파묘 / 사진=쇼박스 파묘 / 사진=쇼박스
최민식의 연기력을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민식은 여전히 우리에게 보여줄 얼굴이 더 남아있다. 데뷔 35년 만에 연기 인생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한 최민식은 '파묘'를 통해 다시 한번 '대배우'의 진가를 발휘했다. 흙을 맛보는 단 한 번의 장면만으로, 40년 경력의 풍수사 그 자체로 녹아드는 최민식의 아우라는 '파묘'를 지탱하는 힘이자 기둥이다.

최민식이 '파묘'의 기둥이라면, 유해진은 그 기둥을 받쳐주는 주춧돌이다. 베테랑 장의사로 분한 유해진은 현실성 있는 인물로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선보이며, '파묘' 사이사이 빈 곳을 완벽하게 채운다. 특히 '파묘'가 장재현 감독의 전작들보다 더 대중적인 영화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은 곳곳에서 극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유해진의 공이 크다.

여기에 무당으로 변신한 김고은과 이도현은 가히 경이로운 변신이다. 예고편 속 김고은의 '대살굿' 장면은 개봉 전 '파묘'의 기대감을 높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터. 최민식 또한 "투 잡 뛰는 거 아니야?"라고 걱정할 정도였던 '대살굿' 장면은 '명불허전'이다. 칼춤을 추며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김고은을 보고 있자면, 이 배우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놀라울 따름.

이렇듯 말 그대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는 김고은 옆을 지키는 이도현 또한 만만치 않다. 스크린 데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연기력으로 극의 한 축을 이끈다. 작품 속 '연기 굿판'의 화룡점정을 찍은 이도현은 온몸에 새긴 비주얼부터 경문을 외는 모습, 일본어 연기까지, 후반부로 갈수록 놀라운 존재감을 발휘한다. 장재현 감독은 이도현에 대해 "어려운 장면들을 순수하게 배우의 기술로 완성하는 엄청난 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파묘'로 활동 영역을 넓힌 이도현인 만큼, 전역 후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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