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000만원' ML 배트보이의 세계... 2002 WS 후 '14세 이상' 규정 생긴 이유는 [이상희의 MLB 스토리]

신화섭 기자  |  2021.05.20 17:03
애리조나 원정팀 배트보이가 경기 전 선수들의 타격 연습 공을 가방에 담아 옮기고 있다.  /사진=이상희 통신원 애리조나 원정팀 배트보이가 경기 전 선수들의 타격 연습 공을 가방에 담아 옮기고 있다. /사진=이상희 통신원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경기에 필요한 직업 중에는 배트보이와 볼보이도 있다. 이들은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지 않는 무대 뒤에서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한 몫을 해낸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동 중인 배트보이와 볼보이는 각각 시간당 대략 9~10달러를 받는다. 경기 전후를 포함해 약 8~9시간을 일하기 때문에 하루 최대 90달러(약 10만 1000원)가 된다. 이들은 팀의 원정경기에는 동행하지 않고 홈에서 열리는 81경기만 일하므로 이를 연봉으로 계산하면 약 7290달러(약 825만원) 정도이다. 이는 기본급이고 선수들이 주는 팁까지 합하면 한 시즌 동안 2만 달러(약 2264만원)가량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원정 경기 때는 홈팀에서 그 지역의 배트보이와 볼보이를 지원한다. 때문에 원정팀은 홈팀에서 고용한 배트보이가 입을 자신들의 유니폼을 챙겨가야 한다. 배트보이의 체형을 모르기 때문에 사이즈도 여러 벌 준비해야 한다.





하루 8~9시간 근무, 경기 전후가 더 바쁘다





배트보이와 볼보이가 하는 일은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경기 시작 3~4시간 전에 야구장에 도착한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연습과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을 위해 더그아웃에 그들의 장비를 옮겨놓고 타월과 음료 등도 가져다 놓는 것이다. 다음에는 불펜으로 이동해 투수들의 장비와 음료, 그리고 해바라기씨 같은 간식도 챙긴다.

홈팀과 원정팀 순으로 경기 전 필드에서 배팅 연습이 시작되면 배트보이와 볼보이는 바빠진다. 이들은 외야와 내야에 위치한 뒤 선수들이 타격한 공을 모으고 가방에 담아 이를 배팅볼을 던지는 코치에게 전달해 준다.

경기가 시작되면 배트보이와 볼보이는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필드 안에 떨어진 파울볼을 줍는 것은 물론 선수들이 사용한 배트와 보호장비 등을 더그아웃으로 옮기는 일도 한다. 선수들이 오롯이 타격과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 상황을 챙기는 일이 이들의 몫이다.

경기가 끝났다고 배트보이와 볼보이가 바로 퇴근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선수들이 경기 중에 신었던 야구화를 닦아주거나 더그아웃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비우는 등 어쩌면 경기 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 선수들이 입었던 유니폼을 세탁해 다시 라커에 걸어주는 일도 이들의 일과 중 하나다.

경기 전 더그아웃에 음료와 타월을 가져다 놓는 애리조나 배트보이.  /사진=이상희 통신원 경기 전 더그아웃에 음료와 타월을 가져다 놓는 애리조나 배트보이. /사진=이상희 통신원




지원 자격을 '14세 이상'으로 둔 사연은





그렇다면 배트보이와 볼보이는 어떤 과정을 통해 지원하고 선발될까.

먼저 자격요건이 있다. 나이는 만 14세 이상이어야 하고 야구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또 경기가 벌어지는 동안 계속 서 있어도 될 만큼의 체력도 요구된다.

나이 제한은 2002년 샌프란시스코-애너하임(현 LA 에인절스)의 월드시리즈(WS) 5차전에서 발생한 일이 계기가 됐다. 당시 경기에는 샌프란시스코 감독이었던 더스티 베이커(72)의 아들 데런이 선수들이 사용한 배트를 더그아웃으로 옮기는 배트보이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그의 나이는 겨우 3세였다.

데런은 이날 경기 중반까지 자신이 맡은 배트보이 역할에 충실하며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7회말 주자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샌프란시스코 외야수 케니 로프턴(54)이 공을 때리자 데런은 로프턴의 배트를 옮기려 홈플레이트로 달려갔다. 이 때 홈으로 달려오던 샌프란시스코 1루수 J. T. 스노우(53)가 데런을 발견하고 그를 번쩍 들어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러지 않았다면 뒤이어 홈으로 쇄도하던 주자 데이비드 벨(49)과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배트보이의 안전을 위해 나이를 최소 14세 이상으로 조정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시카고 컵스와 몇몇 구단은 14세도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최소 18세 이상의 규정을 두고 있다.

LA 다저스 원정팀 클럽하우스 매니저 미치 풀.  /사진=이상희 통신원 LA 다저스 원정팀 클럽하우스 매니저 미치 풀. /사진=이상희 통신원




배트보이에서 구단 정직원으로 승격하기도





배트보이는 구단마다 단 2명만 채용한다. 한 명은 홈팀, 다른 한 명은 원정팀을 담당한다. 때문에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팀을 통틀어 채용된 배트보이는 단 60명뿐이다.

배트보이의 경우 인원이 필요하면 구단별로 구인공고를 낸다. 하지만 이 직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많아 보통 메이저리그 구단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대기 지원자 명단을 갖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특히 인기구단인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 같은 경우는 지원자가 많아 경쟁률이 높다. 추신수(39·SSG)가 메이저리그에서 뛸 당시 그의 아들 무빈이처럼 아버지 덕으로 1회성 이벤트 배트보이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배트보이로 메이저리그 구단과 연을 맺은 뒤 구단 정직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다저스 원정팀 클럽하우스 매니저 미치 풀(58)이다. 풀은 대학 야구 동료의 소개로 다저스 배트보이가 됐고, 이후 정직원으로 승진한 뒤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다. 올해로 다저스에서만 38년째 장기근속 중이다. 선수들이 주는 팁 포함 억대의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이상희 스타뉴스 통신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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