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선수도 돈 벌 수 있다' 115년 만에 무너진 NCAA의 위선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2021.06.29 16:09
지난 5월 17잃(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프리스코에서 열린 NCAA 풋볼 챔피언십 디비전 I 사우스다코타 주립대학과 샘 휴스턴 주립대학의 경기 모습.  /AFPBBNews=뉴스1 지난 5월 17잃(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프리스코에서 열린 NCAA 풋볼 챔피언십 디비전 I 사우스다코타 주립대학과 샘 휴스턴 주립대학의 경기 모습. /AFPBBNews=뉴스1
NCAA(전미대학스포츠협회)가 대학 선수도 스포츠 활동을 대가로 돈을 벌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꿀 가능성이 높아졌다.


NCAA 디비전 I 위원회는 29일(한국시간) 권고사항을 통해 115년 동안 고수했던 엄격한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 대학 스포츠 선수들도 그들의 재능과 인기를 활용해 상업적 활동을 허용할 뜻을 내비쳤다.

이같은 위원회의 역사적인 권고 사항은 24개 대학총장과 이사장들로 구성된 NCAA 디비전 I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NCAA는 그 동안 인기 종목인 대학 풋볼(미식축구)과 농구를 통해 수조 원을 벌어들이면서도 아마추어리즘을 방패로 정작 선수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이와 관련된 소송도 끊이지 않았다.

NCAA는 미국 아마추어리즘의 위선이라는 각계의 비판에도 철저하게 선수들의 스포츠 활동을 통한 상업적 이익 취득을 막았다. 이 때문에 미국의 미디어들은 대학 농구나 풋볼 선수들을 '연봉을 받지 못하는 프로페셔널' 이라고 지칭해 왔다. 이는 마치 NCAA가 프로 스포츠와 유사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선수들에게만 아마추어리즘을 강요한다는 풍자적 표현이었다.

하지만 최근 NCAA가 변화를 택한 이유는 외부 압력 때문이다. 이미 미국 8개 주에서는 대학 선수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법안이 통과됐고, 이는 오는 7월 2일부터 효력을 갖게 된다. 이 법안에는 선수들의 초상권 등을 통한 상업적 이익 확보를 인정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같은 부분은 지금까지 NCAA가 철저하게 규제하는 것이었으며 적발될 경우 선수자격 박탈로 이어졌다.

곤자가 대학 학생들이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주 교내 체육관에서 베일러 대학과 NCAA 남자농구 경기를 화상으로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곤자가 대학 학생들이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주 교내 체육관에서 베일러 대학과 NCAA 남자농구 경기를 화상으로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NCAA의 변화를 이끈 또 하나의 강력한 외부 압력은 미국 대법원의 판결이다. 지난 21일 미국 대법원은 "NCAA는 법 위에 있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NCAA 아마추어리즘의 위헌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법원 판결문은 "미국 내에서 공정시장 체제에 반해 근로자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는 산업은 존재하지 않고 미국 대학 스포츠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대학 스포츠도 반독점법의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적시했다.

이 판결문은 무엇보다 만약 NCAA가 아마추어리즘을 계속 고수할 경우 반독점법을 위배하는 것이라는 법리적 해석을 내렸다는 점에서 NCAA에 엄청난 충격이었다.

NCAA가 미국의 대학 스포츠를 관장하면서 아마추어리즘을 내세워 선수들에게 교육과 관련된 혜택만 주는 것은 전형적인 독점 시장의 폐해이며 이는 반독점법에 저촉된다는 의미다.

NCAA는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풋볼과 농구와는 달리 육상, 수영 등의 올림픽 핵심 종목이나 레슬링 등 비인기 종목에 대해서는 학생 선수들이 직접 해당 종목의 협회를 통해 금전적 지원을 받는 부분을 허용한 바 있다.

이는 특히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올림픽 성적을 위해 내려진 조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른바 미국 스포츠계의 최고 상위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의 '골드 프로그램'에 발맞춰 NCAA가 규정을 바꾼 셈이었다.

하지만 미국 대학 스포츠 가운데 가장 큰 수익을 내고 있는 풋볼과는 달리 올림픽 종목에만 아마추어리즘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논란은 NCAA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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