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답지 못한 김해림과 주타누간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2021.07.13 07:00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캐디 도움 없이 우승해보겠다"고 말한 김해림(32). 그는 지난 11일 끝난 KLPGA 투어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 공동 51위(2언더파)에 그쳤습니다.


김해림은 1라운드를 2언더파로 마쳤으나 2라운드와 3라운드인 최종 라운드에서 한 타도 줄이지 못해 중하위권으로 떨어지고 말았죠. 물론 1주 전 열린 맥콜·모나파크 with SBS Golf 대회에서 우승한 후유증으로 부진한 탓도 있지만 전문 캐디 도움없이 경기를 치른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김해림이 1주 전 대회에서 우승하자 각 언론 매체는 "김해림, 노캐디로 우승했다"라는 큼지막한 제목들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확히 말하자면 사실이 아니죠. 김해림은 대회 첫날은 캐디 없이 독자 플레이를 했지만 장마로 인해 비가 내린 탓에 2, 3라운드는 하우스 캐디를 채용, 3년 2개월만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탓에 대보 하우스디 오픈이 전문 캐디 없이 치른 첫 대회였습니다. 김해림은 개인 전동 카트를 끌며 하우스 캐디로부터는 클럽 전달받기와 공 닦이 정도의 서비스만 받았습니다. 이 대회서 우승한 박민지(23)등 다른 선수들처럼 캐디로부터 거리 산정과 그린 브레이크 읽기 등 결정적인 도움을 받지 않아 스코어가 나빴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물론 김해림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일부 캐디들이 야디지북(코스 가이드 수첩)을 빈칸으로 소지하는 등 무성의한 서비스를 보이는 데 대해 강한 경고를 날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김해림의 생각이 짧지 않았을까요. 능력없는 캐디는 자연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는데 공개적으로 비판을 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금전적으로도 김해림은 손해를 봤을 수 있습니다. 그는 공동 51위로 615만원의 상금을 받았는데 만약 2, 3라운드에서 전문 캐디의 도움으로 1타씩을 줄여 4언더파로 공동 37위에 올랐다면 상금이 735만원으로 상승합니다. 120만원을 더 벌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인데, 전문 캐디피 1~3라운드 75만원을 지출했다 해도 45만원의 수익이 증가될 수 있었죠. 2타 이상을 줄였다면 더 많은 상금을 받을 수 있었고요.

골프의 구성 요소는 선수, 협회, 골프장업계, 골프 장비업체, 갤러리, 그리고 캐디입니다. 이 중 갤러리 없이는 대회가 운영될 수 있지만 나머지 5개 요소는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죠. 캐디가 없으면 대회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없습니다(아마추어는 큰 불편이 없음). 선수 각자가 골프백을 메며 공을 닦는다면 경기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건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러므로 캐디와는 동반자가 돼야 하며 척을 져서는 절대 안됩니다.

말이 나온 김에 한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가 현재는 20위 밖으로 떨어진 아리야 주타누간(26·태국)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엄청난 파워를 지닌 탓에 티샷 때 드라이버를 사용하지 않고 3번 우드를 늘 택한 걸 다 아시죠? 드라이버는 20개에 달하는 골프 클럽 중 가장 중요한 장비입니다. 세계 정상급의 선수가 드라이버를 쓰지 않으면 세계적인 클럽 생산업체들은 조금이라도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프로 선수로 데뷔하면 기량을 늘려 우승 횟수를 높이는 게 목표입니다만 골프 산업과의 동반 성장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됩니다. 주타누간이 3번 우드로 일시적으로 세계를 정복했지만 드라이버를 사용해 드라이버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며 비거리를 향상시켰다면 더 칭송을 받았을 겁니다.

다행히 김해림처럼 노캐디로 플레이하는 선수가 한 명이라도 더 생기지 않았고 주타누간처럼 골프백에 드라이버를 휴대하지 않은 선수는 아직 없습니다. 프로 선수는 프로다워야 한다는 것을 김해림과 주타누간이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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