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끄는 플레이, 득(得)보다 실(失)이 많아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2021.07.06 07:00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지난 2일 강원도 평창군에서 열린 '맥콜·모나파크 오픈 with SBS Golf' 1라운드. KLPGA 대회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통산 6승의 김해림(32)이 캐디없이 직접 골프백을 카트에 싣고 경기에 나섰죠.


KLPGA 정규 대회에서 출전 선수가 캐디없이 경기에 나선 것은 김해림이 처음입니다. 김해림은 혼자서 힘든 캐디 역할까지 했습니다. 그는 이날 7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오른 데 이어 최종 3라운드에서는 이가영(22)을 연장 접전 끝에 물리치고 3년 2개월만에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김해림의 '노캐디 경기'는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김해림은 "일본여자프로골프나 유러피언 투어에서 노캐디 플레이했다는 기사를 보고 '나도 혼자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회 코스의 티박스에서부터 세컨드 샷, 그린까지 캐디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사전에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해림은 캐디없이 경기를 치른 이유에 대해 "캐디없이 플레이를 했을 때 얼마나 경기력에 영향이 있는지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혼자 결정하고 그 잘못된 미스샷에 대한 책임을 혼자 짊어지는 게 오히려 플레이하는 데 화가 덜 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높아진 캐디피에 부담을 느끼는 후배들을 위해 나선 걸음이기도 합니다. 그는 "지금 전문 캐디피가 비싼 편이다. 하우스캐디도 이번 대회에서는 하루에 25만원을 받고 있는데 컷탈락을 걱정해야하는 후배들은 사실 경비를 내는 게 쉽지 않다. 내가 했으니 이젠 혼자서 플레이하는 선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후배들은 산악지대 코스가 아니라면 한 번은 해볼 만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내 플레이가 어떻고, 내 결정이 경기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자세하게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고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김해림은 북상한 장마로 비가 내린 탓에 2, 3라운드에서는 하우스캐디를 썼습니다.

김해림이 지난 2일 KLPGA 투어 맥콜 모나파크 오픈 1라운드가 열린 강원 평창 버치힐 골프클럽에서 캐디 없이 카트를 밀면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KLPGA 김해림이 지난 2일 KLPGA 투어 맥콜 모나파크 오픈 1라운드가 열린 강원 평창 버치힐 골프클럽에서 캐디 없이 카트를 밀면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KLPGA
김해림의 '노캐디 플레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먼저 프로의 경우, 캐디없는 플레이가 경기력에 도움이 될까요. 결론은 득(得)보다 실(失)이 더 많습니다. 골프백을 실은 전동카트를 직접 끌고 리모컨으로 카트를 움직이고, 클럽과 공을 닦으면 어깨와 팔꿈치의 근육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골프는 미세한 근육을 움직이는 예민한 동작이 주를 이뤄 카트를 끄는 등 동작을 취하면 어프로치나 퍼팅 때 미스를 범하기 쉽습니다.

김해림이 만약 2, 3라운드에서도 노캐디 플레이를 했다면 우승권에서 일찌감치 탈락했을 수 있습니다. 첫날 7언더파와 달리 2라운드에서는 보기 3개를 포함 1언더파에 그친 게 이를 잘 말해줍니다. 1라운드에서 카트를 끌고 클럽을 직접 닦는 등 불필요한 동작을 한 게 다음날 나쁜 영향을 미친 거죠. 3라운드에서 5언더파로 선전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근육의 피로는 바로 다음날엔 악영향을 끼치지만 이틀 후(48시간)엔 해소된다는 '인체 과학이론'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또한 노캐디 플레이는 프로들에겐 소탐대실(小貪大失·작은 것을 욕심내다 큰 것을 잃음)입니다. 4라운드 대회의 경우 하우스 캐디피 100만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지만 샷 한 번, 퍼트 한 번에 상금으로 따져 100만원 이상이 걸려 있는데 캐디 도움을 못받아 미스를 한다면 경제적으로 손실입니다. 캐디피가 아깝다면 프로 생활을 그만둬야죠. 김해림이 돈없는 후배들을 생각하는 건 좋지만 전혀 경제적인 계산이 아닙니다(골프 역사상 3~4라운드 내내 노캐디 플레이로 우승한 적은 PGA, LPGA 투어에서 한 번도 없음).

그러면 아마추어에게는 노캐디 플레이가 어떨까요. 요즘 회원제는 물론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 대폭 인상으로 비용이 저렴한 군(軍) 체력단련장(골프장)이나 9홀짜리 개인 카트를 끄는 퍼블릭 골프장을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 필자를 포함해 여러 지인들의 경험에 비추면 개인 카트를 끌다보니 체력 소모가 심해 5인 전동 카트를 이용할 때보다 5~10타를 더 치게 되더군요.

이럴 경우엔, 매홀 끝난 뒤 스트레칭과 빈 스윙으로 근육을 풀어주는 게 미스샷을 방지하는 비결입니다. 군 골프장이나 개인 카트를 끄는 9홀 퍼블릭 골프장에 예약이 됐다면 실망하지 말고, "오늘은 스코어 잘 내기는 틀렸네~"라며 마음을 비우는 게 상책입니다. 산책하듯 편하게 라운드하시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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