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에게서 배우는 마인드 컨트롤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2021.05.03 07:00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지난 주에는 프로 대회에 처음 출전한 박찬호(48)의 화려하면서 유쾌한 입담, 그리고 기대 이하의 스코어가 골프계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박찬호는 지난달 29일 전북 군산에서 개막된 KPGA 코리아투어 군산cc 오픈에 초청 선수로 참가했습니다.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대회에 출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요. KPGA 투어가 흥행을 위해 '메이저리그 124승'에 빛나는 박찬호를 초청해 이뤄졌습니다. 물론 아마추어 선수라고 아무나 초청하지는 않습니다. 공인 핸디캡 3(72홀이면 75타를 치는 수준)이면 출전할수 있다는 기준에 해당돼 참가 티켓을 받았습니다.

먼저 그는 '투머치 토커'라는 별명답게 쉴 새 없는 입담으로 골프장을 들썩거리게 했는데요. "골프는 셋째 딸같다. 사랑스럽지만 맘대로 안된다"고 너스레를 떨어 골프팬들을 웃겼습니다. 또 1라운드를 12오버파 83타로 마친 뒤에는 "투수로 치면 안타와 홈런을 많이 맞은 뒤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한 느낌"이라고 야구 상황에 빗대 표현해 공감을 샀습니다.

이틀간 10오버파를 목표로 했던 박찬호는 2라운드에서는 전날보다 더 못쳐 17오버파를 기록, 합계 29오버파로 출전 선수 153명 중 맨꼴찌를 해 컷 탈락했습니다.

최고 시속 160km로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대투수답게 골프에서도 장타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박찬호가 왜 자신의 핸디캡보다 20타 이상 더 치며 스타일을 구겼을까요? 쟁쟁한 프로들인 김형성, 박재범과 한 조를 이루며 라운드 내내 위축돼 '마인드 컨트롤'을 못한 탓도 있어 보입니다.

박찬호는 2018년 유명인과 프로골퍼가 짝을 이뤄 경기하는 프로암대회 이벤트 장타 대결에서 331야드(약 303m)를 날려 프로 골퍼를 제치고 장타왕에 등극했습니다. 또 마음 먹고 때리면 PGA 투어에서도 최정상급인 370야드(약 338m)를 날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잔뜩 긴장한 탓에 OB를 여러 번 내고 '치욕의 4퍼트'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박찬호가 4월29일 군산CC오픈 1라운드 9번홀에서 파세이브에 성공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KPGA 박찬호가 4월29일 군산CC오픈 1라운드 9번홀에서 파세이브에 성공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KPGA
자, 여기서 교훈을 얻어 볼까요. 아마추어 골퍼들, 대부분 잘 아는 지인들과 라운드를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어쩌다 프로 뺨치는 '고수'들과 어울리기도 합니다. 핸디캡이 10 이상 차이나는 이들과 동반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찬호처럼 잔뜩 긴장을 하면 여지없이 무너져 80대 중반을 치는 이들도 '백돌이'가 되기 십상입니다.

고수들은 드라이버샷을 날리면서 프로와 다름없는 빨랫줄 타구를 구사해 동반자들의 기를 죽이는데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250m를 넘는 무시무시한 장타를 보면 우리 뇌가 충격을 받아 자신의 티샷이 흔들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고수가 드라이버샷을 날리면 그걸 보지 않고 먼 산을 쳐다보는 게 위축되지 않는 요령입니다. 물론 매너를 갖추기 위해 입으로는 '굿샷!'을 해야죠.

그리고 첫 홀에 임하기 전부터 "저 사람과는 스코어로 상대가 안되니, 오늘 한 수 배운다는 겸허한 자세로 플레이하자"고 마음을 비우면 제 핸디캡을 유지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지가 치면 얼마나 잘 쳐? 한 번 붙어보자!"고 지나친 자신감을 보이면 무너질 확률이 높습니다. 고단자들과 만날 땐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이라는 격언을 꼭 명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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