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덕분에, 토론토는 기분 좋게 캐나다 홈으로 돌아갔다 [국민감독 김인식의 MLB 通]

신화섭 기자  |  2021.07.31 05:05
류현진이 30일(한국시간) 보스턴을 상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 /AFPBBNews=뉴스1 류현진이 30일(한국시간) 보스턴을 상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 /AFPBBNews=뉴스1
30일(한국시간) 원정 보스턴전 13-1 승


류현진 6이닝 무실점 시즌 10승(5패)

류현진(34·토론토)에게는 여러모로 고비가 될 수 있는 경기였다.

먼저, 류현진은 직전 등판인 뉴욕 메츠전(25일·4⅓이닝 10피안타 3실점)에서 6-0으로 여유 있게 앞선 5회에 3점을 내주고 말았다. 승리 요건에 아웃카운트 2개만을 남기고 물러나 아쉬움과 함께 에이스의 자존심에도 다소 상처를 입었을 법했다.

그런 가운데 맞은 팀이 하필이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의 강팀 보스턴이었다. 더욱이 지난 19일 텍사스전에서 시즌 9승을 따낸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마저 승리를 보태지 못하면 자칫 '아홉수'에 빠질 수도 있었다.

시작부터 위기였다. 1회 첫 타자 엔리케 에르난데스에게 좌익수쪽 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1사 후 3번 산더르 보하르츠를 삼진으로 잡아낸 것이 분위기 반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 평소 류현진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던 4번 J.D 마르티네스와 5번 헌터 렌프로를 완벽하게 봉쇄한 것도 호투의 밑거름이 됐다. 마르티네스에게는 3회와 6회 뚝 떨어지는 변화구(MLB.com 기준 커브)로 잇달아 삼진을 잡아냈다.

특히 렌프로는 2019년까지 샌디에이고, 2020년에는 탬파베이 소속으로 계속 류현진과 같은 지구에서 만나며 결정적일 때 장타를 날리곤 했다. 그러나 이날은 류현진이 세 타석 모두 3루 땅볼로 가볍게 요리했다. 이렇듯 3~5번 중심 타자들이 꽁꽁 묶이니 보스턴 타선은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30일(한국시간) 보스턴전에서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30일(한국시간) 보스턴전에서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또 하나 의미 있는 점은 토론토가 다음 날인 31일부터 캐나다의 로저스 센터에서 다시 홈 경기를 치르게 된 것이다. 캐나다가 코로나19로 인해 금지했던 메이저리그 경기를 비로소 허용해 토론토는 2019년 9월 30일 이후 22개월 만에 홈 복귀전을 갖게 됐다. 마침 이날 팀 타선도 폭발해 대승을 거둠으로써 토론토도 류현진도 한결 기분 좋게 홈 팬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등판 전날인 29일 류현진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접해야 했다. 외국에 있어 찾아뵙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할아버지 영전에 승리 소식을 바치게 된 점도 다행스럽다.

승부 세계에 몸담고 있다 보면 '아홉수' 같은 징크스가 아주 괜한 말로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서 류현진은 두 경기 만에 바로 10승을 거뒀으니 고비를 빠르게 넘기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이제 토론토는 올 정규시즌의 61%(162경기 중 99경기)를 치렀다. 산술적으로 류현진은 올 시즌 최종 16승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은 14승(2013, 2014, 2019년)만 세 번 있었다.

남은 기간 어떤 팀을 상대하느냐 그리고 굴곡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라지겠지만, 이날처럼 고비를 잘 넘기고 좋은 페이스를 유지해 미국 진출 후 첫 '15승 투수' 반열에 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국가대표팀 감독

김인식 전 감독. 김인식 전 감독.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고문은 한국 야구를 세계적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지도력으로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국내 야구는 물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으로서 MLB 최고 스타들을 상대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MLB 경기를 빠짐 없이 시청하면서 분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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