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 '모가디슈' 캐스팅 비하인드.."갖다 쓰세요" [★비하인드]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2021.08.15 10:00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처음으로 200만명을 동원하며 여름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모가디슈'는 1991년 내전이 발발한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탈출하기 위해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힘을 합친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김윤석이 한국대사 한신성 역을, 허준호가 북한대사 림용수 역을, 구교환이 북한 참사관 태준기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조인성은 극 중 한국 대사관 강대진 참사관 역을 맡았다. 안기부에서 파견된 인물인지라 외교관 출신들과는 갈등도 빚는다. 통상 이런 영화에서 자신이 훈련 받은 사람이라고 너스레를 떨면 너스레로 그치는데 비해 조인성은 다르다. 능글능굴하면서도 할 때는 하는. 조인성은 진작 류승완 감독과 작업을 했으면 좋았을 법했다. 껄렁하고 소심한 마초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는 남자. 류승완 영화에 등장하곤 하는 류승완의 또 다른 모습 같다.

사실 조인성은 류승완 감독과 '베테랑'으로 인연을 맺을 뻔 했다. 당시 제작진이 조인성에게 재벌3세 조태오 역할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조인성은 고민 끝에 고사했고, 조태오 역할은 유아인이 맡아 "어이가 없네"라는 희대의 명대사를 남겼다.

조인성의 '모가디슈' 탑승도 극적이었다. 류승완 감독과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조인성 당시 매니저 등이 외유내강 사무실에서 환담을 나누다가 우연히 조인성 이야기가 나왔다. 외유내강 사무실 근처에 있는 몽촌토성에서 어릴 적 놀던 기억들을 이야기하다가 조인성 이야기까지 흘러간 것. 그래서 조인성한테 한 번 연락해볼까요? 라고 매니저의 이야기가 나왔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정말 조인성이 바로 사무실로 찾아왔다.

한 번 얼굴이라도 보자는 마음이었던 류승완 감독, 강혜정 대표와 달리 조인성은 이미 '모가디슈'를 한다는 마음으로 왔다. 감독과 제작자는 아직 배우에게 시나리오도 주지 않았고, 무슨 역할을 맡겨야 할지도 생각을 안 한 터라 당황했다. 조심스레 "그럼 우리가 모실 수 있을까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조인성이 즉시 "갖다 쓰세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조인성의 '모가디슈' 출연이 결정됐다.

류승완 감독은 조인성의 그런 모습에 표현은 안했지만 적잖이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류승완 감독이 조인성한테 또 한 번 감동을 받은 건, 조인성이 영화 속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장면을 연기할 때였다. 사실 '모가디슈'에서 조인성이 맡은 강대진은 영어 대사가 많은 편이었다. 조인성은 영어에 대한 이야기를 듣더니 "난 영어 이렇게 잘 못해요"라고 했다. 그러더니 8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냈을 사람이 썼을 법한 짧은 영어로 뉘앙스를 맛깔나게 살렸다. 류승완 감독은 "조인성이 '유어 패보리트 시가렛'이라고 대사를 하는데 쟤, 뭐지, 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은 조인성의 인성에도 반한 모양이다. 구교환이 촬영 첫날 28번의 NG를 내고 힘들어 했을 때, 조인성은 구교환을 위로하고 응원했을 뿐만 아니라 그날 밤 류승완 감독에게도 남몰래 찾아와 구교환에 대한 좋은 말을 한바탕 하고 갔다. 그런 조인성의 태도는 모로코 촬영 내내 이어졌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인연이었던지, 류승완 감독은 차기작 '밀수'에서 조인성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다. '밀수'는 김혜수 염정아 투톱 영화인 만큼, 조인성 비중이 아주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두 편 연속 같은 작품을 하기로 한 건, 그만큼 서로가 서로에 대한 신뢰가 크다는 뜻이다.

조인성과 류승완 감독 인연이, 황정민과 류승완 콤비처럼 또 다른 명콤비로 계속될 지 기대된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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