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9. 시진핑 감동한 문화 유산 '생각하는정원'

전시윤 기자  |  2022.09.29 11:52
사진제공==생각하는정원홈페이지 사진제공==생각하는정원홈페이지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 위대한 20세기 건축물의 걸작은 1973년에 준공되었으니 불과 34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자신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세계인들로부터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인류의 문화유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 백 년, 수 천 년의 오랜 시간이 꼭 필요한 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의 길이보다는 오히려 인류의 창의적 정신의 발현 여부가 더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

제주시 한경면에 가면 중국인들이 특별히 사랑하고 꼭 경험하고 싶어하는 공간이 있다. 이시대의 한국인이 평생을 바쳐 만들어 나가고 있는 우리들의 문화유산 '생각하는정원'(Spirited Garden)이 바로 그 곳이다.

그런데 우선 이 '생각하는 정원'을 중국인들이 좋아한다는 것은 사실인가? 필자는 중국 베이징에서 초대 한국문화원장으로,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베이징주재 문화예술 및 관광단체들과 함께 코리아센터를 조성하여 운영했다.

하루는 한국관광 마케팅 차원에서 중국 내 대표적 여행사들의 수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성형수술관광, 의료관광, 수학여행 등 다양한 소재를 대상으로 흥미 있는 대화를 진행하다가 자연스럽게 한국의 최고관광지가 어디냐? 라는 논의가 시작됐다.

서울과 부산, 제주도가 서로 치열하게 경쟁을 하다가 결국은 제주도가 정답이 아니냐는 결론에 도달한다. 열띤 이야기들이 마무리 될 즈음 중국 최대 여행사의 대표가 은근히 물어온다. 곧 한국에 갈 일이 있는데 "제주도의 생각하는 정원을 방문하려고 한다"며 필자의 적극적인 반응을 기대하는 동시에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구했던 것이다.

부끄럽게도 첫 질문에서 필자는 상대방이 말하는 장소를 알아듣지 못했다. '사색지원'(思索之苑)이라는 명칭 자체가 생소했던 것이다. 물론 한국어로 '생각하는 정원'이라고 말했다거나, 영어로 'Spirited Garden' 이라고 말했다고 해도 결과가 달라질 일은 없었다. 그 곳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 가을 베이징에서 있었던 안타깝고 부끄러운 기억이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의 경우는 어땠을까? 그야말로 상상이상이었다. 1995년 장쩌민 국가주석 방문, 1998년 후진타오 국가부주석 방문, 2005년 시진핑 저장성 당서기 방문, 2007년 한중수교15주년 기념행사 개최, 2012년 한중수교 20주년 기념행사 개최, 2015년 중국 인민출판사 출간 '역사와 사회' 교과서에 관련 내용 수록, 2017년 한중수교 25주년 기념행사 개최(당시까지 중국 고위공직자 5만 명 이상 관람) 등이 '생각하는 정원'에서 일어난 굵직한 기록이다.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부주석은 "생각하는 정원은 한중우호관계의 상장적인 곳이다"는 소감을 남겼을 정도다.

필자는 2017년 "생각하는 정원"의 한중수교 2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1968년, 돌투성이황무지였던 이곳에 달려들어 호미와 삽으로 개간을 시작한, 이 시대 문화유산 창조자의 피와 땀이 서린 열정의 시간들이 그대로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이곳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들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이 곳은 특히 그 영향을 크게 받았다. 개점휴업의 상태가 2년이 넘도록 계속되었던 것이다.

오는 11월 4일, 이 곳에서 한중수교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재정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서 행사 개최를 결정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주한중국대사관 등 중국 측 관계자들의 관심이 적지 않아서 개최를 결정하는데 많이 힘이 되었다고 한다. 2015년 중국인민출판사 출간 중학교용 '역사와 사회' 교과서는 한 농부가 오로지 스스로의 힘만으로 평생을 바쳐서 일구어낸 이 정원이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한국인이 만들어 내고 있는 또 하나의 기적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천생의 한국인으로서 농부의 순박한 품성과 문화적 창조자의 뜨거운 열정을 겸비하고 있는 '생각하는 정원'의 성범영 원장은 외부로부터의 도움을 받는 일에 서투르고 어색해한다. 이번 행사도 혼자의 힘으로 해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고 한다. 우연히 소식을 접한 필자가 정부에서도 민간에서 진행되는 한중수교30주년 행사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려서 작은 도움이 이뤄지게 되었다.

정부의 지원이 여유롭고 풍족하게 이뤄지는 일은 결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의미 있고 유익한 민간 행사의 지원에 완전히 눈감고 돌아앉아 있는 일도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초연결시대라고 일컬어지는 21세기 한국이지만 아직도 정부 곳곳에서 수시로 시행되는 민간지원 사업들에 대한 정보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지원을 받아야 할 수많은 유익하고 의미 있는 사업들이 단순히 연계의 고리를 찾지 못해 빛을 못보고 사장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제주도의 "생각하는 정원"은 우리시대의 문화적 창조 작업이다. 단출한 분재정원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전체부지 3만6,000m²에, 환영의 정원, 영혼의 정원, 영감의 정원, 철학자의 정원, 향나무 정원, 감귤 정원, 평화의 정원, 비밀의 정원 등 8개의 정원을 갖추고 있다.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진귀한 문화적 자산이 될 것이다.

아무리 의미있고 가치가 있으며 특별한 자산일지라도 우리가 외면하고 그냥 지나친다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기가 참으로 어렵다.

지금 이 시간에도 뛰어난 문화자산과 특별한 문화적 창조 작업들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우리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음지에서 생존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행정사법인 CST에는 이런 일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전문가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문화예술, 문화산업, 국제교류, 체육, 종교, 관광, 문화유산 분야의 행정전문가들이 소속되어 있다. 앞으로 더욱 많은 분들이 우리 CST의 전문 인력 네트워크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 박영대 행정사법인 CST 공동대표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 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 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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