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유도제 '옥시토신' 일시 품절의 원인이 너무 낮은 약값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제기된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14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한국에서 무려 40% 인상해서 273원인 옥시토신은 스위스에서는 5000원, 일본은 1000원 안팎이다"며 "OECD 기준에 맞춰야 하는 것은 의사 수가 아니라, 필수 의료 수가와 약가(약값)"라고 적었다.
이어 "참고로 필수 의료 수가와 약가는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한다"며 "그러니까 필수 의료의 부족은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전날에도 양 과장은 SNS에 옥시토신 품절의 원인이 제약사가 아닌 정부에 있다며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악값을 40% 올려줘도" 품절 통보를 한 제약사에 책임을 묻는 내용이 기사를 게재하며 "옥시토신이 몇십만원이나 하고 제약회사가 어마어마한 폭리를 취하는 것 같지만 옥시토신의 가격은 270원"이라며 "필수의약품인 옥시토신이 품절 위기이듯, 필수과 의사들 또한 품절 위기다. 약도 없고 의사도 없는 상황에서 가장 큰 위기는 마지막으로 산모에게 찾아올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옥시토신은 자궁수축을 유발, 촉진하고 자궁출혈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주사제다. 우리나라에서는 JW중외제약의 '중외옥시토신주'와 유한양행의 '옥시톤주사액' 2개 품목만 허가받았는데 모두 약값이 270~280원(개당)으로 책정돼있다. 중외옥시토신주는 지난해에도 품절 이슈가 생기면서 정부가 약값을 40% 인상해 그나마 200원대로 올랐다.
옥시토신은 지난달 말 두 제약사가 수급불안정의약품으로 신고한 데 이어 이달까지 공급 부족을 추가 신고하며 공급난 문제가 불거졌다. 업계에 따르면 중외가 원료 수급 차질로 옥시토신 생산을 멈추면서 유한양행에 수요가 몰렸고 일시적인 공급 중단을 불렀다. 다행히 유한양행이 이날(14일)부터 공급 재개에 나선만큼 옥시토신 '품절 대란'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생산량이 2배 이상 많은 JW중외제약은 당초 예정보다 빠른 다음 달 초 공급을 재개할 예정이다.
의료계는 옥시토신 등 의약품 품절 이슈가 반복되는 것을 충분한 '보상'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대한아동병원협회(현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44개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품절된 소아·청소년 중증 질환 필수의약품 종류는 47개에 달했다. 이 중 몇 개는 여전히 '품절' 상태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소아청소년 인구 감소로 약재 생산에 수익성이 나지 않아 기업이 만들지 않는다" "못 만들면 수입이라도 해야 하는데, 정부가 제값에 수입도 못 하게 한다"고 토로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옥시토신 가격이 너무 낮은 것도 공급난에 영향을 미쳤다"며 "충분한 약값 인상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환자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나 경제성이 낮아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필수의약품은 원가 보전 등 적정 약가를 보상해 나가고 있다"며 "국가필수의약품은 원가 보전을 수시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정했다. 앞으로도 민관협의체를 통해 수급 불안정 약제의 원인이 채산성(수입과 지출이 맞아서 이익이 있는 성질)에 있다고 판단된 경우 약가 인상 및 생산량 증대 등의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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