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원/달러 환율의 수준보다 속도에 더 주목했던 외환당국은 과거처럼 1400원이라는 수준에 집착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변동성 자체에 대해선 경계감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외환당국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외환시장 구두개입성 발언이 나온 건 이날 오전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박춘섭 경제수석 등 경제팀이 한 자리에 모인 간담회는 전날에서야 공지됐다.
간담회 구성원의 면면과 최근 상황을 감안할 때 어떤 식으로든 경제팀의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렇게 나온 발언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우 적극적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신속히 시행하도록 당부하겠다"는 것이다.
외환당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다.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사고 팔면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직접개입과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구두개입이 대표적이다.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은 굳이 따지면 구두개입성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구두개입은 통상 특정인의 명의로 외환당국에서 공식 발표하는데 이날 발언은 최 부총리의 회의 발언으로 갈음했다.
최근 공식적인 구두개입 사례가 있긴 했다. 지난 4월16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을 때는 기재부 국제금융국장과 한은 국제국장은 본인들의 명의로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과 외환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고 있다"며 구두개입했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에도 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1.5원 내린 1405.1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사흘 연속 1400원대의 원/달러 환율이 유지됐다.
정부는 추가 대응도 예고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시장안정 프로그램들을 2025년에도 종전 수준으로 연장 운영하고, 채권·단기자금 시장 안정을 위한 최대 37조6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미국 신(新)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와 함께 세계경제 성장·물가 흐름,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관계기관 24시간 합동점검체계를 중심으로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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