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손해보험사가 올해 3분기 또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회계기준 변경 이후 실적에 유리한 보장성 신계약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삼성화재가 '초격차'로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제시한 무·저해지보험 해지율의 보수적 가정(원칙모형)을 적용하면 연간 실적 순위 변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까지 실적발표를 한 빅5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는 올해 3분기까지 사상 최대인 6조691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삼성화재가 3분기까지 별도기준 1조8344억원의 순익을 내며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5.7% 증가한 금액이다.
DB손보가 1년 전보다 23.7% 늘어난 1조5780억원으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별도기준으로 1년 전 대비 15.2% 증가한 1조4928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현대해상의 별도기준 순익은 1년 전보다 33.1% 증가한 1조464억원으로 나타났다. KB손보의 순익은 금융지주 연결기준 74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8% 늘었다.
보험계약마진(CSM)이 늘면서 빅5 손보사가 호실적을 냈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에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된 후 손보사는 CSM 증가를 이끄는 장기보장성 보험을 확대했다.
삼성화재의 3분기말 CSM은 14조1813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8785억원 증가했다.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3분기말 CSM도 지난해말보다 각각 1조226억원, 1700억원 늘어난 13조1750억원, 10조6417억원이다. 현대해상의 3분기말 CSM은 9조3215억원, KB손해보험은 9조3050억원이다.
역대 최대실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에서 실적충격이 덜한 낙관적 가정(예외모형) 대신 원칙모형이 적용되면 손보사의 연간실적 향방은 달라질 수 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원칙모형을 채택하겠다고 했고 삼성화재와 DB손보·현대해상도 원칙모형으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화재는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CSM이 1000억원 내외로 줄어들고 자본비율(K-ICS·킥스)이 1~2%포인트(P)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메리츠화재는 원칙모형을 적용해도 CSM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DB손보와 현대해상, KB손보는 순이익 감소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별로 영향이 제각각인 이유는 무·저해지 상품 판매규모가 달라서다. 무·저해지 상품은 납입기간에 해약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20~30% 저렴한 상품으로, 이를 장기간 많이 판매한 보험사일수록 원칙모형 적용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원칙모형에 따른 CSM 영향이 없다고 밝힌 메리츠화재는 무·저해지 상품 판매기간이 짧다.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한 삼성화재도 무·저해지 상품 판매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빅5가 예상대로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연말 순이익 순위가 변동될 수 있다. 메리츠화재와 DB손보의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차이가 850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원칙모형 적용 영향이 달라서다. 이 경우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에서 삼성화재에 이어 처음으로 차지한 업계 2위를 올해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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