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14일 공개된 스페인 국영 통신사 에페(EFE)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와도 필요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과의 협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사실이 알려진 직후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대원칙으로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더 유연하게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 수준에 따라 '단계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정부는 북한군의 실질적인 전투 참여를 일종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음에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국가정보원은 전날(13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지난 2주간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해 전장 배치를 완료했다"며 "이미 전투에 참여 중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도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침착하고 절제된 원칙에 입각해 실효적이고 단계적인 조치를 취해 나간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주한러시아대사 추가 초치 가능성 등 향후 대응 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급 드릴 사안이 없다"며 "초치 등과 관련해 공유드릴 사안이 없다. 앞으로 독자 제재 등 필요한 조치가 있을 경우 적시에 공유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무기 지원과 관련해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관련해 소극적 입장을 내비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상하원 모두 미국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확정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례 없는 권력 기반을 갖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재집권하면) 신속하게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과도하다고 비판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미국 지원 없이는 군사 강국인 러시아의 공격을 더 견딜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 유리한 쪽으로 종결되고, 러시아가 국제사회로 복귀할 시나리오에 우리 정부가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해 왔다. 최악의 경우 러시아를 적으로 돌린 우리만 국제적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편 대통령실과 정부는 윤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외교 총력전을 펼치는 등 '트럼프 발맞추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시일 내 윤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만남이 이뤄졌음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등 필요한 사항에 대해 한미 간 정책 조율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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