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는 최근 내년 짐펜트라 예상 매출액을 줄줄이 하향조정했다. 원래 최대 1조원까지 예상한 증권사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체로 2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기대감이 낮아졌다.
짐펜트라는 미국에서 신약으로 인정받은 셀트리온의 대표 품목이다. 셀트리온이 미국에서 직판(직접판매)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내년 짐펜트라 한 품목으로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하겠단 목표다. 성공할 경우 국산 신약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등극이란 의미도 크다. 짐펜트라의 성공은 셀트리온이 신약 개발 바이오로 거듭나는 기폭제 역할도 할 수 있다.
우선 출발은 산뜻하지 못했단 평가다. 올해 3분기 짐펜트라 매출액은 64억원으로 SK증권의 추정치 953억원과 괴리가 크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선 원래 짐펜트라 올해 예상 매출액을 25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아직 4분기가 남았지만 3분기 실적을 고려할 때 올해 짐펜트라 매출액은 기존 예상치에 미달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증권사들은 셀트리온의 올해 3분기 실적이 공개된 뒤 짐펜트라 내년 예상 매출액을 줄줄이 줄였다. 한 예로 미래에셋증권은 짐펜트라 내년 예상 매출액을 1조원에서 4626억원으로 수정했다.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은 2000억원대로 제시했다. 그만큼 짐펜트라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낮아졌단 의미다.
반전의 기회는 있다. 올해 3분기 짐펜트라 매출액이 예상에 못 미쳤지만, 진검승부는 내년부터다. 우선 미국 주요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 산하 보험사의 짐펜트라 처방에 대한 환급 확대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부터 처방이 눈에 띄게 늘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셀트리온은 미국 주요 3대 PBM 등재를 완료하면서 미국 보험시장에서 커버리지 90%를 달성했다. 짐펜트라는 피하주사(SC) 제형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정맥주사(IV)보다 환자 편의성이 높다. 점차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미국 의료 시스템과 현지 보험시장에 대한 적응력을 높인 데다 TV 및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광고 등 현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 내년 짐펜트라 매출액을 대폭 늘리겠단 전략이다. 또 현지 병원 등 의료기관과 영향력을 갖춘 의사, 환자들에 대한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내년에도 미국 의료 시장에서 직접 뛰며 오너(소유자) 영업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판 시스템의 경쟁력도 내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요 PBM 등재 이후 보험사 환급이 개시되기까지 약 3개월이 걸리기에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매출 발생을 기대할 수 있다"며 "3대 PBM뿐 아니라 대형 및 중소형 도매상과 계약도 체결하고 있고 처방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 짐펜트라의 도매상 주문이 늘고 있어 출하 가속화 및 환급 개시 본격화로 인한 처방 증가를 기대한다"며 "짐펜트라 성과가 확인되면 기업가치에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짐펜트라 성과는 올해보다 내년을 지켜보는 게 적합한 접근법"이라며 "짐펜트라에 대한 초점을 보다 큰 틀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믹스의 전체적 성장에 맞춘다면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에서 짐펜트라 처방을 확대할 수 있는 제반 준비가 거의 완료된 상황"이라며 "미국 현지 보험시장 등 의료 체계가 워낙 복잡해 일부 짐펜트라 처방 확대가 지연된 측면이 있지만, 올해 4분기부터 성장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준비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신제품 2종이 추가되면 내년 11종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어 전반적인 시장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짐펜트라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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