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 개선방안'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장기적인 방향성을 제대로 짚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발표안에 따르면 현재 3~5%에 불과한 부동산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선진국처럼 20% 이상으로 높여 시장의 '저자본·고보증' 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다만 현실적인 보완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디벨로퍼(개발업체) 10곳 중 9곳은 연 매출 1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게 어려울 수 있어서다. 몇몇 자본 규모가 큰 디벨로퍼가 부동산 개발시장을 독식하는 기울어진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생긴다.
정부는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부동산 디벨로퍼의 자기자본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 PF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소규모 사업자들이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하던 시한폭탄형 개발 시대는 끝났다"며 "자본이나 사업성이 부족하면 아예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기자본비율을 달성하지 못한 사업장은 기획 단계에서 사전에 걸러질 것으로 기대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현재 5% 안팎의 저자본으로 고금리의 브릿지론 등 PF대출에 의존해 개발하는 현행 분양형 디벨로퍼의 문제점을 명확히 짚어낸 대책"이라며 "금리·경기변동 등 부동산 환경의 급변에 노출되더라도 시행·시공·신탁·금융사의 사업 위험을 낮출 장기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벨로퍼뿐 아니라 시공사(건설사)들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까지 예상된다. 박 전문위원은 "시행사의 부족한 자본을 건설사들의 신용보강으로 채우는 구조가 완화되면 대내외 변수에 따라 시행·시공사가 연이어 무너지는 'PF 연쇄 고리'가 끊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건설사들도 PF 우발부채로 유동성 위기를 심심찮게 겪었다. 태영건설은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거쳤다.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 등도 PF 우발채무가 늘어나면서 재무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장기적인 제도 방향성을 뒷받침하는 세부 실행안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기본적으로 충분한 자본이 없으니까 고금리로 PF대출을 받는 건데,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라고 했다고 바로 중소업체가 대기업이 될 수 있겠냐"며 "이번 발표에 빠져있는 후속 세부방안에서 어떤 내용이 담길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 초기 시장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김 전문위원은 "현실적으로 영세 디벨로퍼들이 많은 상황에서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초기 과정은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자본력이 있는 대형 디벨로퍼와 자본력은 부족하지만, 경험과 실력이 있는 디벨로퍼 간 협업할 수 있는 지원책과 발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함 리서치랩장은 "디벨로퍼의 자본확충을 지원하기 위한 도시규제 특례 마련이나 은행·보험사의 장기임대주택사업 참여를 위한 은행법 시행령 개정 등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며 "PF 관련 공정·명확한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해 장기적으로 건설사의 책임준공·채무 인수 부담을 합리화하는 정책도 조속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실제 관련 제도 도입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함 리서치랩장은 "대부분 2025년 법 개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동산 PF 선진화 효과는 2026년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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