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공급한 디딤돌·버팀목·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성 대출은 총 36조6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은행의 자체상품인 주담대 공급액은 34조원으로 정책성 대출보다 2조6000억원 적었다. 국토교통부 산하의 주택도시기금으로 운용되는 정책성 대출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 주담대보다 월별 공급액이 적었으나 올해는 연초부터 매월 3조~4조원이 공급돼 은행 주담대를 추월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은행권 주담대를 옥죄는 사이 정작 국토부는 정책성 대출을 대폭 확대해 가계부채 관리에 엇박자가 났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책성 대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기금의 대출재원이 2~3월에 조기 소진됐다. 통상 매년 9~10월쯤 소진된다.
은행들은 기금과의 계약에 따라 은행 재원으로 매월 수조원의 정책성 대출을 취급했다. 은행은 대출재원뿐만 아니라 이자부담도 떠안았다. 은행 주담대 금리가 3~4%대였지만 디딤돌대출 금리는 2~3%로 많게는 금리차가 1~2%포인트(P)씩 벌어졌다. 기금이 금리차만큼 이차보전을 해주지만 상한(캡)이 0.99%P다. 0.99%P를 넘어선 역마진은 은행 스스로 대야 하는 셈이다. 실제 정부가 은행권 가계부채 관리를 압박한 지난 7월 이후 은행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금리차는 1%P 이상 벌어졌다.
급격히 불어난 정책성 대출은 은행의 자본비율도 끌어내렸다. 은행은 가계대출을 많이 팔수록 자본비율 산정에 쓰이는 RWA(위험가중자산)가 불어난다. 기금 재원인 정책성 대출은 유동화를 거쳐 기금에 넘기기 때문에 원래는 RWA에 잡히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일찌감치 기금이 고갈돼 은행 재원을 활용하면서 RWA로 잡혔다. 디딤돌대출 만기가 최장 30년이란 점을 고려하면 은행 자본비율에 장기간 영향을 주는 구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당 수수료 십수만 원을 받지만 확인해야 할 서류도 많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은행이 다 져야 한다"며 "지난해 계약을 할 때만 해도 은행 재원이 이렇게 많이 나갈 줄 몰랐다. 역마진이 나는데도 계약을 중도에 파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2023년 4월 계약해 2028년 3월까지 5년간 정책대출을 취급해야 한다.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별 내년도 가계대출 목표액에 정책성 대출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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