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를 올렸다.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안건은 누구나 검색을 통해 접근, 원안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의 상세내역이 기재됐다. 그중엔 과기정통부가 대외비에 부친 '유럽연합 다자연구 혁신프로그램 참여지원(R&D)'의 상세금액 내역이 '대외 비공개'라는 문구와 함께 공개됐다.
과기정통부 확인결과 해당 예산은 내년 초 발효를 목표로 준회원국 가입을 협상 중인 유럽 최대규모 국제공동 R&D(연구·개발) 프로그램 '호라이즌유럽'(Horizon Europe)의 지원예산이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재정분담금에 호라이즌유럽에 참여하는 연구자를 위한 지원사업이 포함된 규모"라고 설명했다.
정보유출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국가간 협약이라 협상이 완료되는 올해 말까지 분담금 규모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최종서명 전 협약의 상세내용이 유출될 경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예산심의를 앞두고 호라이즌유럽의 협약이 아직 진행 중이고 최종서명을 앞둔 상황이라 상세내역을 공개할 수 없다며 국회에 여러 차례 양해를 구했다"면서 "국회가 전체 예산안을 검토해야 하는 만큼 호라이즌유럽의 예산안도 제출하면서 대외비를 요청했는데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내역이 공개될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예결위 검토보고서의 존재 자체도 알지 못했다는 얘기다.
과기정통부는 문서 첫 게시 6일 후인 12일에야 예결위에 문건수정을 요청했다. 요청을 통해 뒤늦게 사고를 파악한 예결위는 해당 검토보고서의 내용을 수정, 재공개했다. 현재 검토보고서는 금액 대신 '대외 비공개' 문구로 대체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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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국제 협약인데…대외비 예산, 온라인에 버젓이"한국이 내는 호라이즌 유럽 재정 분담금은 얼마인가요?"
"그건, 협약이 아직 발효되지 않아서… 대외비입니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한국이 2025년에 유럽 최대 규모 국제공동 R&D(연구·개발)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Hozion Europe)'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한다고 밝혔다. 준회원국이 되면 약 78조원에 이르는 호라이즌 유럽 '필라2(Pillar Ⅱ)' 사업의 연구 과제를 한국 연구자가 직접 기획해 주도할 수 있게 된다.
호라이즌 유럽의 재정은 회원국의 주머니에서 각출한 재정 분담금으로 채워진다. 그런데 마침 국내에선 과학기술 R&D 예산 감축의 여파가 시작된 때였다. 동시에 정부는 "글로벌 R&D를 전격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때문에 기자들의 관심은 정부가 호라이즌 유럽에 얼마만큼의 분담금을 내겠다고 나설지에 쏠려있었다. 과기정통부는 "국가 간 협약이라 협상이 완료되는 올해 연말까지 분담금 규모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최종 서명 전 협약의 상세 내용이 유출될 경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그 '기밀'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 슬쩍 공개됐다. 지난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다. 문제는 주관 부처인 과기정통부도, 보고서를 올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도 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의안정보시스템은 국민 누구나(국민이 아니어도) 자유롭게 내려받아 의안 원문을 확인할 수 있는 누리집이다. 검토보고서에는 과기정통부가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의 상세 내역이 공개됐고, 그중엔 '유럽연합 다자연구혁신프로그램 참여 지원(R&D)' 예산도 있었다.
특이점도 있었다. 해당 예산안에는 상세 금액과 함께 '(대외 비공개)'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기밀이라던 정보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개 문서에 버젓이 쓰여 있는데, 동시에 '대외비'이기도 했다. 두 문구 중 하나는 없어야 했다.
"OOO백만원, 이게 호라이즌 유럽 분담금이냐"고 과기정통부 고위급에 확인하자, "맞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액수가 지금 예결위 검토보고서에 공개돼 있다"고 언급하자 "그런 게(검토보고서가)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사정은 이렇다. 국회 예산 심사를 앞둔 과기정통부는 호라이즌 유럽의 협약이 아직 진행 중이고 최종 서명을 남겨둔 상황이라 상세 예산을 공개할 수 없다며 국회에 사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회는 국회대로 정부 예산을 샅샅이 검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예산안을 제출했고, 예결위는 예산안을 검토한 뒤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예결위 담당자가 대외비 처리해야 할 금액을 지우지 않은 채 의안 시스템에 업로드했다.
기자는 예결위에서 해당 문건을 작성한 담당자에게 사유를 밝히고 연락을 재차 시도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이어 과기정통부에 "문서가 공개됐다고 알려줘도 하룻동안 그대로 둘 정도면, 기밀이 아닌 것 아니냐"고 묻자 그제서야 "그렇지 않다. 예결위에 문건을 수정해달라 요청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만 몇 시간이 소요됐다.
현재 문제의 그 검토보고서는 금액을 비공개 처리한 새 버전으로 올라와 있다. 당초 올해 연말까지 완료할 예정이었던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 가입을 위한 최종 서명일은 아직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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