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시장 혼란과 주주, 투자자 우려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상증자를 통해 유통 주식물량을 늘려 주주와 국민들이 주주가 되는 국민기업으로 전환하고자 했지만 시장 반응을 합리적으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그동안 금융당국과 기관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한 결과 유상증자 철회가 주주 보호와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철회와 함께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소액주주의 참여가 가능한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도 내놨다. 최 회장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 놓겠다"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아 이사회의 독립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진행한다.
지배구조 개편 관련,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세계 1위 위상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해 외국인 주주와 해외 투자자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하기로 했다. 주주 환원을 위해 분기배당을 도입하는 한편,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경영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도 정관에 담을 예정이다.소액주주들의 의사를 반영해 이사를 추천하는 방안 등도 검토한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이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국가경제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점에 모두 동의하실 것"이라며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을 믿고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무엇이 옳은 길인지 합리적 선택을 해오신 주주분들과 함께 다가올 주주총회에서 승리해 회사를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 결정으로 이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영풍의 경영권 분쟁은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 국면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이를 위해 양측은 주총까지 남은 두 달여 간 '캐스팅보터(결정표 투표자)'인 국내외 소액주주를 끌어안기 위해 총력전에 나설 전망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고려아연 캐스팅보트(결정표)를 가지고 있는 주주군이 있다면 그것은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이라며 "고려아연의 주주정책에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고민이 담겼다"고 말했다.
현재 고려아연의 의결권 없는 자기주식은 총 발행주식의 12.3%로 추정된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약 88%가 의결권 지분으로 확실한 과반을 차지하기 위해선 양측 모두 44% 정도의 지분이 필요한데, 최 회장측과 MBK·영풍의 지분율은 각각 33~34%, 39.8%로 이에 미치지 못한다. 양측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의결권 지분이 국민연금 4~5%, 실질 유통물량은 9~10%로 파악된다. 실질 유통물량에 포함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을 얼마나 우군으로 끌어들이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구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우려한 유상증자를 철회한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으며 명분은 물론 소액주주를 끌어안는 실리를 챙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의 의중을 예단하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현재로선 소액주주 설득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MBK 역시 주총 표대결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추가 장내매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MBK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이미 1.36%를 추가 확보한 상태다. MBK는 이날 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에 대해 "임시 주총 개최를 통해 신규 이사들을 선임함으로써 이사회 기능을 정상화하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고려아연에 투명한 거버넌스 체제를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시 주총은 이르면 올해 연말에서 내년 초 열릴 가능성이 높다. 서울중앙지법은 영풍이 신청한 고려아연 임시주총 소집허가 사건의 심문기일을 오는 27일로 정했다. 법원이 심문을 마치면 영풍과 고려아연에 추가로 준비서면 제출 기간을 1~2주 주고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인용 결정이 나오면 2주간의 임시주총 소집 통지를 거쳐 임시주총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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