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는 14~21일 APEC과 G20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와 브라질을 잇달아 방문한다. APEC과 G20 정상회의에 트럼프 당선인이 참석하지는 않지만, 윤 대통령이 순방 기간 중 또는 귀국길에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을 위해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말미에 트럼프 타워가 있는 미국 뉴욕이나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향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윤 대통령의 귀국 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5박 8일의 일정이지만 추가적인 변수가 0.1%라도 있는 경우 확언해서 몇 날, 몇 시에 도착한다는 것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 여부에 따라 귀국 일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지점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7일 트럼프 당선인과의 전화 통화에서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만나 친교와 대화의 시간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번 순방 기간 중 회동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외교당국은 가능하면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전에 만남을 성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회동이 성사되더라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진용이 아직 미완성 상태인 만큼 분야별 구체적인 협력 성과보다는 관계 형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 형성에 공을 들이는 것은 한국이 차기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선 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을 통해 불투명한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경제 분야에서도 국익을 지켜낸다면 취임 후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는 지지율의 반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장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 특히 고율 관세 정책은 한국 경제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러한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인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 트럼프 2.0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를 레버리지(지렛대)로 삼아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무역장벽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실현되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조기 회동이 성사되면 이러한 경제문제를 비롯해 북한 도발 대응, 지역 안보 협력, 방위비 분담 등 양국의 핵심 현안들이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오물 풍선 및 미사일 도발, 러시아 파병 등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북한의 행태를 막아야 한다는 양측의 공감대를 확인하는 것과 함께 캠프 데이비드 선언으로 대변되는 한미일 공조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계승 의지 확인 여부도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이 밖에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 증액, 국내 조선사의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 참여 확대 등 방산 협력 등도 양측의 대화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조기 회동과 별개로 우리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연일 회의와 간담회를 여는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비상 모드에 돌입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매주 기재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무조정실 등 관계 부처 장관 간담회를 개최해 미국 신정부 출범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 정부 차원의 대응 방향을 조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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