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도 대타 1순위'라니... 기회에 좌절했던 방출생, 키움서 다시 뛴다 "벤치에 두기 아깝다는 생각 들게 하겠다" [인터뷰]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 2024.11.13 18:40
키움 강진성이 12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은퇴까지 생각할 정도로 지쳤던 강진성(31·키움 히어로즈)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기회를 주겠다는 키움의 제안에 방망이를 다시 고쳐잡았다.

강진성은 최근 키움 마무리 캠프가 이뤄지고 있는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SSG에서 방출되고 1시간도 안 돼 연락받았다. 고척돔에서 한국시리즈 우승도 하고 좋은 기억이 많아 언젠가 한 번 키움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제안이 오자마자 바로 OK 했다"고 한 달 전을 떠올렸다.

지난달 5일 강진성은 SSG로부터 고효준, 박민호, 서상준 등 9명과 함께 방출 통보를 받았다. 2023년 5월 두산 베어스에서 SSG로 일대일 트레이드된 지 1년 5개월 만이었다. SSG는 최정 다음으로 빠른 타구 속도를 지닌 강진성과 타자 친화 구장인 SSG랜더스필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두 시즌 간 71경기 타율 0.247(158타수 39안타) 3홈런 1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52로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커리어 탓에 은퇴 후 다른 길도 고려했던 강진성이다.

강진성은 "방출될 걸 직감했다.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는데 부모님은 내가 조금 더 야구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나도 야구를 더 하고 싶지만, 내가 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일단 연락이 오면 후회 없이 해보고 떠나자는 생각을 했는데 키움에서 연락이 왔다"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키움 고형욱 단장에 따르면 강진성은 오랜 시간 지켜본 선수였다. 중장거리형 우타자로서 유틸리티 적인 면도 돋보였고, 결국 지난달 11일 그를 영입했다. 이후 강진성은 집이 있는 인천광역시부터 키움 퓨처스팀 홈구장이자 현재 마무리 캠프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까지 출퇴근하며 훈련과 휴식만 반복하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강진성은 주전이라는 말이 익숙한 선수가 아니다. 경기고 졸업 후 2012년 KBO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33순위로 NC 다이노스에 입단한 뒤 그가 주전으로 뛴 시즌은 12년 중 2020년, 2021년 두 차례에 불과하다.

NC 시절 강진성.

그런 만큼 2025시즌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이다. 첫 주전으로 올라선 2020년조차 백업 2순위에서 시즌을 출발했기에 백업에서 다시 도전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 강진성은 "비시즌 동안 준비를 잘해서 구단으로부터 '저 선수 벤치에 두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2020년이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2020년은 시즌 시작 전, 아버지(강광회 야구 심판위원)가 그만두라고 하셨던 해였다. 시즌 시작 때도 내가 처음부터 주전이었던 것이 아니다. 모창민 형(현 LG 트윈스 타격코치)이 다치고 내가 2순위였다. 대타로 나갔다 교체되는 걸 반복했는데 1순위 선수는 못 치고 내가 대타로 나가서 계속 안타를 쳤다. 그러다 선발로 나가게 됐는데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가만히 있던 동전이 뒤집힌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랬지 싶을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랬던 그가 방출 무렵에는 "자신감을 되찾는 2025시즌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할 정도로 심신이 지쳐 있었다. SSG의 팀 분위기와 고강도 훈련은 이유가 아니었다.

강진성은 "SSG도 팀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손시헌 퓨처스 감독님은 선수 시절 때도 함께 해봤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열심히 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훈련량이 많은 건 괜찮았다. 다만 동기 부여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동기 부여만 되면 훈련이 많아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아쉬웠던 2024년을 돌아봤다.


이어 "감독님이 바뀌고 구단에서는 리빌딩을 원한다고 했다. 올해 1군 스프링캠프에도 포함되지 못하니까 냉정하게 팀 플랜에 포함되지 못한 걸 느꼈다. 팀에서는 내게 대타 1순위라고 하는데 어떤 선수든 주전이 되길 바라지 대타 1순위를 목표로 하진 않는다"며 "내가 20살, 21살이면 모를까 열심히 해도 대타라는 생각에 좀처럼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내년에도 달라질 게 없다고 느꼈고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느니 다른 길을 찾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방출 소식이 사실은 속 시원한 부분도 있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SSG 시절 강진성. /사진=SSG 랜더스 제공

리빌딩을 이유로 베테랑을 배제하는 최근 야구계 분위기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진성은 "개인적으로 리빌딩은 팀에 고참들이 어느 정도 있고 그 고참들을 이길 만한 어린 선수가 나타났을 때 자연스럽게 되는 거라 생각한다. 리빌딩을 이유로 고참들을 내팽개치고 (무작정) 어린 선수들을 키웠던 팀들을 보면 결국 리빌딩에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경문 감독님의 NC 시절 말씀이 떠올랐다. 당시 김경문 감독님은 '선수단에 영원한 주전은 없다'고 하셨다. 신고 선수든 1라운드 선수든 프로에 들어오면 똑같고, 신고 선수가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하고 성적을 내면 그 사람이 스타가 되는 거라 하셨다. 하지만 두산이나 SSG는 그런 부분에서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그런 면에서 키움은 강진성을 다시 뛰게 하는 동력을 제공해주는 팀이었다. 어린 선수들이 뛰놀고 선수들을 무작정 가르치는 게 아닌 지켜보고 도와주는 코치진의 분위기는 강진성의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줬다. 그는 "애들이 많아서 분위기 자체가 젊고 밝다. 코치님들은 형처럼 내 훈련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니까 나도 내 몸에 맞고 좋은 걸 하게 된다. 또 웨이트 트레이닝에 진심인 구단이라고 느껴져서 믿고 따르고 있다"고 웃었다.

키움 강진성이 12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강진성이 만약 기대대로 해준다면 키움은 최주환의 뒤를 잇는 주전 1루수를 확보하게 된다. 괜찮은 콘택트 능력과 정타를 생산할 줄 아는 능력은 2020년 NC의 창단 첫 우승으로 이어졌다. 당시 그는 121경기 타율 0.309(395타수 122안타) 12홈런 70타점 53득점, 출루율 0.351 장타율 0.463 OPS(장타율+출루율) 0.814의 성적을 남겼다.

강진성은 "항상 주전을 목표로 했지만, 올해는 대타만 하다 보니 이젠 플래툰이라도 일단 100경기 나가도 좋을 것 같다. 주전으로 시작하지 않더라도 지금부터 준비를 잘해서 시즌 때 기회가 왔을 때 내가 가진 장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목표를 세웠다.

최주환과 주전 경쟁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강진성은 "(최)주환이 형은 대타 생활에 지쳤던 SSG 시절, 날 잘 챙겨줬었던 사람이었다. 이곳에서 주환이 형과 플래툰을 돌 확률이 높은데, 잘하면 기회를 준다고 하셨으니 주환이 형이 힘들 땐 내가 나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처음 만나게 될 키움 팬들에게는 "키움은 정말 오고 싶은 팀이었다. 돌고 돌아온 느낌이다. 고척돔은 내게 정말 좋은 추억이 있고 기분 좋은 기억이 많은 곳이다. 2020년처럼 고척돔에서 키움 소속으로 우승을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나 역시 그때처럼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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