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 쿠르스크로 파견된 북한군의 전투 참여를 공식화했지만,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정부는 우선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러-우 전쟁의 조기 종식을 외쳐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이 머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무기를 지원하며 개입 수위를 높이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군 소식통은 13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북한군의 전투 참여가 아직 단정할 수준은 아니다"면서 "관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 "1만명 이상의 북한 병력이 러시아 동부로 파견됐다"며 "그들 대부분은 쿠르스크로 이동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진입해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격전지다. 러시아는 전세를 뒤집기 위해 북한군과 함께 전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군의 전장 투입 등 러북 군사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 정도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을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공식화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한 직후엔 우크라이나 지원 기준에 대해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무기를 지원하면 방어무기부터 우선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살상무기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정부의 기류가 바뀐 배경은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취임 직후 러-우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전쟁을 장기화시킬 필요는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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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日, 북핵 위협 등 공동대응…핵추진 항공모함·5세대 전투기 띄웠다러북 연합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한미일 3국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응해 대규모 해상·공중훈련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부터 15일까지 제주 남쪽 지역 공해상에서 '프리덤 에지'(Freedom Edge) 훈련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프리덤 에지 훈련은 3국 군대 간 상호운용성을 증진하고 한반도를 비롯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프리덤 에지 훈련은 최근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의 도발 행위를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의지를 반영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ICBM인 '화성포-19형'이 최대정점고도 7687.5㎞(킬로미터) 상승하고 5156초(1시간25분)간 1001.2㎞ 거리를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한미일은 이번 훈련에 원자력추진항공모함(CVN)은 물론 유도미사일탑재구축함(DDG)과 헬리콥터탑재구축함(DDH) 등 다수의 자산을 투입해 훈련을 실시한다.
한국은 △서애류성룡함(DDG) △충무공이순신함(DDH) △해상초계기 P-3 △전투기 F-35A, F-15K를 투입한다. 미국은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CVN-73) △히긴스함(DDG) △맥캠벨함(DDG) △함재기 △해상초계기 P-8 △전투기 F-35A를 전개한다. 일본은 △하구로함(DDG) △해상초계기 P-3 △전투기 F-15J, F-2 등이 참여한다.
미국 해군의 핵심 원자력추진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함은 배수량 10만4200t(톤), 길이 332m, 너비 78m, 최고 시속 56㎞(30노트) 등을 자랑하는 슈퍼 항공모함이다. 전투기들이 뜨고 내리는 비행갑판 면적만 1만8000㎡로 축구장(통상 7140㎡) 약 2.5개 면적에 달한다. 이번 훈련에는 스텔스 기술, 초음속 순항 등이 가능한 5세대 전투기들도 전개된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등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도발 행위를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의지를 반영했다"며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최근 ICBM을 발사했을 뿐 아니라 러시아에 자국 특수부대원을 투입했다. 우리 국가정보원은 현재 북한군의 파병 규모가 3000여명이고 연말까지 총 1만1000명에 달하는 특수부대원들이 러시아에 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 조약 4조에는 '무력 침공을 받을 경우 모든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 사실상의 군사동맹이란 평가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관련 조약에 서명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틀 전인 9일 러시아 의회가 비준한 조약에 서명했다. 이 조약이 정식으로 효력을 지니려면 두 정상이 서명한 비준서를 서로 교환하면 되는데, 북한군의 전장 투입 정황을 봤을 때 양국이 이미 비준서를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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