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전장 투입" 美 확인에도…'우크라 지원' 말 아끼는 정부, 왜?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 2024.11.14 06:07

[the300] 정부, 러북 군사협력 정도에 따라 '무기지원' 방침 밝혔지만
트럼프 복귀 앞두고, 무기지원 등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듯

러북 군사협력 정도에 따라 살상무기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우리 정부의 기류가 바뀐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복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취임 직후 러-우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전쟁을 장기화시킬 필요는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미국이 러시아 쿠르스크로 파견된 북한군의 전투 참여를 공식화했지만,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정부는 우선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러-우 전쟁의 조기 종식을 외쳐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이 머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무기를 지원하며 개입 수위를 높이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군 소식통은 13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북한군의 전투 참여가 아직 단정할 수준은 아니다"면서 "관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 "1만명 이상의 북한 병력이 러시아 동부로 파견됐다"며 "그들 대부분은 쿠르스크로 이동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진입해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격전지다. 러시아는 전세를 뒤집기 위해 북한군과 함께 전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현지시간) 베트남으로 출발을 하기 전에 평양 순안 공항에서 열린 작별식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AFP=뉴스1

정부는 그동안 북한군의 전장 투입 등 러북 군사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 정도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을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공식화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한 직후엔 우크라이나 지원 기준에 대해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무기를 지원하면 방어무기부터 우선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살상무기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정부의 기류가 바뀐 배경은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취임 직후 러-우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전쟁을 장기화시킬 필요는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韓美日, 북핵 위협 등 공동대응…핵추진 항공모함·5세대 전투기 띄웠다

한미일 3국이 13일부터 사흘간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응해 대규모 해상·공중훈련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 6월26일 한미일 '프리덤 에지'(Freedom Edge)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10만t급)이 들어와 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러북 연합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한미일 3국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응해 대규모 해상·공중훈련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부터 15일까지 제주 남쪽 지역 공해상에서 '프리덤 에지'(Freedom Edge) 훈련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프리덤 에지 훈련은 3국 군대 간 상호운용성을 증진하고 한반도를 비롯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프리덤 에지 훈련은 최근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의 도발 행위를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의지를 반영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ICBM인 '화성포-19형'이 최대정점고도 7687.5㎞(킬로미터) 상승하고 5156초(1시간25분)간 1001.2㎞ 거리를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한미일은 이번 훈련에 원자력추진항공모함(CVN)은 물론 유도미사일탑재구축함(DDG)과 헬리콥터탑재구축함(DDH) 등 다수의 자산을 투입해 훈련을 실시한다.

한국은 △서애류성룡함(DDG) △충무공이순신함(DDH) △해상초계기 P-3 △전투기 F-35A, F-15K를 투입한다. 미국은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CVN-73) △히긴스함(DDG) △맥캠벨함(DDG) △함재기 △해상초계기 P-8 △전투기 F-35A를 전개한다. 일본은 △하구로함(DDG) △해상초계기 P-3 △전투기 F-15J, F-2 등이 참여한다.

미국 해군의 핵심 원자력추진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함은 배수량 10만4200t(톤), 길이 332m, 너비 78m, 최고 시속 56㎞(30노트) 등을 자랑하는 슈퍼 항공모함이다. 전투기들이 뜨고 내리는 비행갑판 면적만 1만8000㎡로 축구장(통상 7140㎡) 약 2.5개 면적에 달한다. 이번 훈련에는 스텔스 기술, 초음속 순항 등이 가능한 5세대 전투기들도 전개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 시험발사를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시험발사 현장에는 딸 김주애도 동행했다. 북한은 이날 화성포-19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 사진=뉴시스

합참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등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도발 행위를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의지를 반영했다"며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최근 ICBM을 발사했을 뿐 아니라 러시아에 자국 특수부대원을 투입했다. 우리 국가정보원은 현재 북한군의 파병 규모가 3000여명이고 연말까지 총 1만1000명에 달하는 특수부대원들이 러시아에 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 조약 4조에는 '무력 침공을 받을 경우 모든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 사실상의 군사동맹이란 평가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관련 조약에 서명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틀 전인 9일 러시아 의회가 비준한 조약에 서명했다. 이 조약이 정식으로 효력을 지니려면 두 정상이 서명한 비준서를 서로 교환하면 되는데, 북한군의 전장 투입 정황을 봤을 때 양국이 이미 비준서를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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