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산정 방식을 '여객 수 연동제'로 변경했는데, 코로나 엔데믹으로 고객 수는 늘었지만, 업계 예상보다 공항 면세점 객단가(고객 1인당 매출)가 크게 낮아져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굳어진 탓이다. 업황 개선을 기대하고 인천공항에 대규모 매장을 꾸린 두 업체는 매월 300억대 수수료를 내면서 수익을 내야 하는 '이중고'에 빠졌다.
13일 인천공항공사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에 입점한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3개 대형 업체가 공사에 지불해야 하는 연간 임대료는 8591억원에 달한다.
DF1(4258㎡)과 DF3(4649㎡) 구역에 입점한 호텔신라의 연간 예상 임대료는 4097억원, DF2(4709㎡)와 DF4(5198㎡) 구역을 낙찰받은 신세계디에프는 연간 예상 임대료는 4099억원이다. DF5(2078㎡)에 입점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연간 예상 임대료가 394억원으로 파악된다. 이는 입찰가에 2019년도 인천공항 출발 여객 수(3557만명)을 반영한 금액이다.
신라와 신세계는 인천공항이 제시한 최저수용금액(구역별 1863원~5617원)보다 22~68% 높은 금액을 써서 면세점 운영권을 따냈다. 이는 당시 입찰 경쟁에 나선 롯데면세점와 중국 CDFG의 입찰가보다 40% 이상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최저수용금액보다 5% 높은 금액으로 사업권을 따냈다.
3사 중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흑자를 낸 업체는 현대면세점뿐이다. 신라와 신세계는 적자를 보면서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다. 그동안 매장 리뉴얼 등 임시 개장 기간으로 임대료 감면 혜택이 있었는데, 연내 정상 운영을 시작하면 실질적인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료에 운영 적자까지 매달 1000억원씩 손해가 예상되는 업체도 있다"고 했다.
인천공항 입찰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롯데면세점도 임대료 부담을 덜었다고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주력 사업인 시내 면세점(서울 명동과 잠실, 부산, 제주) 사업이 부진해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시내 면세점 매출 비중은 85%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공항에서 흑자를 본 현대면세점도 시내 면세점 부진으로 전체 실적은 적자다.
업계에선 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과거 롯데면세점도 비슷한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지만 패소했고, 아직 10년 계약 기간 중 2년도 지나지 않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부담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당장 인천공항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면세점 업계가 정부에 매년 납부하는 특허수수료를 감면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현재 특허수수료는 업체 매출액의 0.1~1% 수준을 부과하며, 업계 전체적으로 연간 약 400억원을 부담한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매장 면적 단위로 특허수수료를 부과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객이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건을 여행 후 국내 입국 시 인도하는 '입국장 인도장'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면세 업계 지원 대책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 제도가 실행되려면 입국장 혼잡, 중소 면세점 반대 문제 등을 조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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