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 캐스팅보트(결정표)를 가지고 있는 주주군이 있다면 그것은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이라며 "고려아연의 주주정책에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고민이 담겼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철회와 함께 내놓은 주주정책의 핵심은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소액주주의 참여가 가능한 지배구조 개편이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한편 비철금속 세계 1위라는 위상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해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시장과 주주의 의견을 가감 없이 이사회와 경영진에 전달하는 IR전담 사외이사를 두는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
아울러 주주에게 정기적인 수익을 제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도록 분기배당 도입을 추진한다.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경영 참여를 강화하는 내용도 정관에 담는다. 소액주주의 의사와 여론이 적극 반영되도록 '소수주주 다수결(Majority of Minority Voting)'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에 대해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제도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주총 표 대결을 위한 힘 겨루기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최 회장측과 MBK·영풍의 지분 구도 상 캐스팅보트는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이 쥐고 있어서다.
현재 고려아연의 의결권 없는 자기주식은 총 발행주식의 12.3%로 추정된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약 88%가 의결권 지분으로 확실한 과반을 차지하기 위해선 양측 모두 44% 정도의 지분이 필요한데, 최 회장측과 MBK·영풍의 지분율은 각각 33~34%, 39.8%로 이에 미치지 못한다. 양측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의결권 지분이 국민연금 4~5%, 실질 유통물량은 9~10%로 파악된다. 실질 유통물량에 포함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을 얼마나 우군으로 끌어들이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구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우려한 유상증자를 철회한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으며 명분은 물론 소액주주를 끌어안는 실리를 챙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의 의중을 예단하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현재로선 소액주주 설득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MBK 역시 주총 표대결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추가 장내매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MBK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이미 1.36%를 추가 확보한 상태다. MBK는 이날 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에 대해 "임시 주총 개최를 통해 신규 이사들을 선임함으로써 이사회 기능을 정상화하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고려아연에 투명한 거버넌스 체제를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시 주총은 이르면 올해 연말에서 내년 초 열릴 가능성이 높다. 서울중앙지법은 영풍이 신청한 고려아연 임시주총 소집허가 사건의 심문기일을 오는 27일로 정했다. 법원이 심문을 마치면 영풍과 고려아연에 추가로 준비서면 제출 기간을 1~2주 주고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인용 결정이 나오면 2주간의 임시주총 소집 통지를 거쳐 임시주총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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