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산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지금보다 2배인 60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안'이 최근 발의됐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지만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쳤기에 사실상 금융당국 공식 안이라 볼 수 있다. 윤 의원실은 미래 혁신산업 지원과 더불어 지역소멸에 대응하자는 차원에서 자본금 확충 규모를 60조원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산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는 30조원이다. 2014년 12월 산은법을 개정해 한도를 30조원으로 늘린 이후로 10년간 제자리걸음 상태이다. 전 세계가 자국 첨단산업에 정부 재정과 정책금융을 통한 대규모 지원을 펼치고 있지만 산은은 30조원으로 묶인 자본금으론 정책자금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7월 기준 산은 자본금은 약 26조3000억원이다. 한도의 약 87.6%가 찼다. 정부는 앞으로 반도체 지원 관련해 산은에 현물 1조원, 현금 1조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여기에 반도체 생태계 관련 펀드에 20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가며 혁신성장 관련 펀드에도 매년 3000억원이 투입된다. 사실상 2~3년 이내에 30조원 법정 한도가 가득 차게 된다.
금융위와 국회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산은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올해 정기국회는 다음달 10일까지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법안을 발의한 만큼 여야 간 공감대도 있다. 관건은 늘어나는 한도 규모다. 앞서 2건의 관련 법안이 더 발의됐으나 모두 한도 상향 규모가 다르다. 지난 4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산은 자본금 한도를 50조원으로, 지난 7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40조원으로 늘린다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위는 공식적으로는 50조원 증액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10조원 더 늘려 60조원으로 하자는 데는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환영한다. 다만 야당 등 일부에서 정책금융의 지나친 공급을 우려하고 있어 무작정 더 늘리자고 주장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병권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산은의 자본금 한도 상향과 관련해 "정책자금 공급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해당 부문으로의 원활한 민간자금 유입과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저해한다"며 "특정 산업의 불균형적인 보호는 시장 원리에 따른 구조조정 및 민간의 혁신을 유인하지 못해 장기적으로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어 자본금 증액 시점과 규모에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 이슈도 정기국회 내 개정안 처리를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정기국회에서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을 담은 산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다만 우려와 달리 두 쟁점이 별도 트랙에서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산은 법정자본금 한도 상향과 본점 이전이 같은 법안으로 묶인다고 해도 내용이 다르면 꼭 같이 갈 필요는 없다"며 "정무위에서 별개 사안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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