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수익률 상승세 부담…CPI가 트럼프 랠리 시험대[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24.11.13 18:3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증시는 12일(현지시간) 대선 이후 급등했던 트럼프 수헤주들이 하락하며 약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지수는 0.9% 떨어졌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3%와 0.1%씩 내려갔다.

이날 증시 하락의 주요 원인은 국채수익률 급등과 다음날(13일) 소비자 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경계감이었다.

이날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 대비 0.124%포인트 급등한 4.430%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7월2일 이후 4개월여만에 최고치다.

최근 6개월간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 추이/그래픽=이지혜

국채수익률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하려는 정책들이 재정적자를 확대해 국채 공급을 늘리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상승세를 보여왔다.



10년물 국채수익률 4.5% 방어할까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 9월 중순 이후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반영되면서 주요 저항선인 4.21%와 4.30%를 잇달아 상향 돌파했다. 현재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 9월16일에 기록한 52주 최저치인 3.62% 대비 0.809%포인트 오른 상태다.

국채수익률 저항선은 투자자들이 국채를 적극 매입해 국채수익률 추가 상승이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는 수준을 말한다.(국채수익률은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10년물 국채수익률 4.21%와 4.30%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국채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았다면 5%까지 오르는데 남은 저항선은 4.50%와 4.66%뿐이다.

LPL 파이낸셜의 채권 전략가인 로렌스 길럼은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이 4.5%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이는 상당히 큰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4.5%가 뚫리면 금세 4.66%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10년물 국채수익률이 4.66%를 돌파하면 5%까지 빠르게 상승할 것이고 이는 증시 밸류에이션에 확실히 부정적인 만큼 증시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국채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증시가 타격을 받는다. 주식은 원금 손실 리스크가 없는 국채에 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국채수익률이 올라갈수록 주식의 매력은 떨어진다. 최근처럼 증시 밸류에이션이 높은 상황에서는 주식이 제공할 수 있는 기대 수익률이 올라가기가 쉽지 않아 더욱 그렇다.

앞서 지난달 말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기술적 애널리스트인 애덤 턴퀴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이 4.3%를 넘어서면 "주식시장이 흡수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며 이 때부터는 국채수익률 상승이 증시에 본격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10월 CPI 상승률, 상승 반전할까


이런 점에서 13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10시30분)에 발표되는 지난 10월 CPI는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모두에 상당히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CPI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내려가지 않고 끈적끈적하게 머물러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며 국채수익률은 더 올라가고 증시는 하락할 수 있다.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 전년비 상승률 추이/그래픽=임종철

전문가들은 지난 10월 CPI가 추가 하락세를 보여주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10월 CPI는 전월비 0.2% 올랐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전월비 상승률은 지난 9월 0.2%와 동일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인플레이션 전문가들은 지난 10월 CPI의 전월비 상승률이 이보다 높은 0.3%였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CPI가 전월비 0.3% 오른다면 이는 6개월래 최대 상승률이다.

이보다 더 부정적인 것은 지난 10월 전년비 CPI 상승률이 2.6%로 지난 9월 2.4%에 비해 올라갔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전년비 CPI 상승률이 지난 9월에 비해 떨어지지 않고 더 올라간다면 8개월만의 상승 반전이 된다.

경제 전반의 물가 상승 압력은 완화됐지만 임대료와 주택 가격, 자동차 보험료, 자동차 수리비 등 일부 주요 항목에서는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정상 수준, 즉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돌아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승리를 선언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향후 2년 가량 계속해서 울퉁불퉁한 양상을 보이며 내려가 2% 안팎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매우 일관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근원 CPI, 정체 상태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도 지난 10월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지 못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월 근원 CPI는 전월비 0.3% 올라 지난 9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준이 생각하는 적정 수준을 다소 웃도는 것이다.

지난 10월 근원 CPI의 전년비 상승률도 3.3%로 지난 9월과 같았을 것으로 보인다. 근원 CPI의 전년비 상승률은 지난 여름 이후 거의 변동 없이 정체돼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현재 트레이더들은 다음달 FOMC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을 60%로 동결 가능성보다 더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내년 1월에는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연준이 미국의 견고한 경제 성장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빨리 2%로 하향 안정될지 판단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쉬고 지켜볼 것이란 전망이다.

TD증권의 경제분석팀은 보고서에서 "연준은 오는 12월에도 금리를 인하하겠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잠시 멈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 추진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과정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13일 장 마감 후에는 네트워킹 장비와 서버 등을 만드는 시스코 시스템즈가 실적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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