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의 폴란드 진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폴란드 금융감독청(KNF)을 만나 'K금융'의 진출 지원을 당부했고 은행연합회도 폴란드은행협회와 글로벌 전략을 논의했다. 국내 은행들도 현지 금융지원을 위해 폴란드 내 지점 개설을 앞뒀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 야첵 야스트로제브스키 폴란드 금융감독청장과 만나 금융수장 회담을 가졌다. 지난 3월 폴란드에서 논의된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후속 조치를 위해 8개월 만에 폴란드 금융감독청이 답방했다.
이날 금융당국은 한국과 폴란드의 수교 35주년을 맞이해 '금융위·금융감독원·KNF간 은행감독 MOU'를 체결했다.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들이 중견·중소기업금융 분야에서 폴란드를 비롯해 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 등 EU(유럽연합) 역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K금융 수출'을 본격 지원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폴란드에 소재한 한국계 중견·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폴란드 금융감독청이 한국계 은행의 폴란드 진출 추진에 관심과 지지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야스트로제브스키 청장은 "한국계 은행의 인허가 신청에 담당 부서가 검토 중이며 금융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답했다.
오후에는 은행연합회와 폴란드은행협회가 '한국-폴란드 금융교류 세미나'를 열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타데우즈 비알렉 폴란드은행협회장 등 양국의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양국은 국내 은행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소개하고 폴란드 경제와 은행업 현황 등을 공유했다.
조 회장은 "양국 은행의 상호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세미나가 한국 은행들의 폴란드 진출 전략 구상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폴란드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건 폴란드가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지리적 특성뿐만 아니라 유럽 내에서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노동력을 보유했다. 최근 폴란드 내 국방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내 방산 업체의 사업 진출이 활발해졌고 철도·원전·배터리 등 여러 부문의 교류도 늘었다.
다만 아직 폴란드에 지점을 연 한국 은행은 없다. 신한·우리·IBK기업은행 3곳만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현지 국내 기업들의 금융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국내 은행들은 지점 전환 등 본격적으로 폴란드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년 상반기 내로 폴란드에 지점을 정식 개소할 예정이다. 폴란드 남서부 카토비체에 있는 사무소를 유럽(독일) 법인 산하의 바르샤바 지점으로 승격할 계획이다. 지점이 개소되면 국내 은행 최초의 폴란드 지점이다.
기업은행은 폴란드 현지 법인으로 지점을 낼 계획이다. 현재 폴란드 금융감독청이 설립 예비인가 심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브로츠와프에 사무소를 냈는데 같은 지역에 신한은행도 2014년부터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LG 그룹사 단지가 있고 현대차 협력사가 많은 카토비체와도 가까워 금융 수요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폴란드에 사무소는 없지만 폴란드 은행인 페카오은행과 협력해 지난 3월부터 '코리아 데스크'를 운영 중이다. 폴란드 진출 한국계 기업과 협력사에 기업금융·무역금융 서비스를 돕고 있다. 하나은행도 폴란드에도 지점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폴란드의 위치와 EU 회원국이라는 이점에 많은 한국 기업들이 폴란드에 진출하고 있다"며 "기업들에게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적기에 제공하기 위해 금융사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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