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하며 1410원선 턱밑까지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킹달러' 흐름이 강해지면서다. 파죽지세를 보이는 달러화가 전세계 통화를 모두 짓눌렀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 상반기까지 1400원선을 웃도는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1500원까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03.5원·오후3시30분) 대비 6.5원 오른 141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오후 들어 상승 폭을 낮추면서 오후 3시30분 종가는 1406.6원을 기록했다. 장중 1410원을 기록한 건 2022년 11월7일(1413.5원·고가) 이후 약 2년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 기준으로 약 2년 만에 1400원선을 돌파했다. '심리적 저항선'이 깨지자 야간 거래시간대 들어서는 상승 폭을 더 키웠다. 새벽 2시 마감가는 1408.9원을 기록하며 1410원선을 위협했다.
환율은 글로벌 강달러가 끌어올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는 오후 3시 기준 106을 돌파하며 강세다. 달러화지수가 106을 넘은 건 지난 6월 이후 처음이다.
당초 시장 전망과 달리 달러 강세는 더 거세게 나타났다. 트럼프발(發) 달러 강세에 유럽 경기 둔화,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이 맞물리면서 달러를 약세로 돌려세울 재료가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안화와 엔화, 유로화 등 달러 독주를 막아 세울 통화도 마땅찮다. 영국의 실업률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면서 파운드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고 독일의 정치 불확실성으로 유로화도 약세다.
엔화도 일본의 '여소야대' 의회가 구성된 상황에서 강세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위안화는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시장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면서 약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달러 강세를 지탱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임기 이전 퇴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 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금리를 천천히 내릴 경우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대내외 상황을 종합해볼 때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원/달러 환율 상단을 1500원선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전까지 환율 상단은 1450원으로 보고 있고 취임 이후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충격이 온다면 1500원까지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등 전세계 주요국의 성장률이 안 좋아지면서 비(非)달러 통화의 강세 전환이 어렵다"며 "환율 정점 자체는 내년 상반기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환율이 1439원까지 폭등했던 2022년 레고랜드 사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자체의 신용 문제가 아니라 유럽과 중국 경제 둔화로 달러 강세가 더 거세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원화뿐 아니라 달러를 제외한 글로벌 통화들이 일제히 약세"라며 "신용리스크 등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제가 아니라 다른 나라 통화들과 다같이 약세를 보인다면 절대적인 위기의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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