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한해 디딤돌·버팀목대출 등 정책성 대출을 36조원 넘게 확대하는 과정에서 대출 재원이나 일부 이자 부담을 은행에 떠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대출까지 떠안은 은행은 자본비율 악화까지 덤으로 받게 됐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적극 막으면서 정작 정부는 은행보다 2조원 넘게 대출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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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주담대 추월한 정책성 대출, 재원도 이자도 은행에 떠넘겼다━
국토교통부 산하의 주택도시기금으로 운영되는 정책성 대출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 주담대보다 월별 공급액이 작았으나 올해는 연초부터 매월 3조~4조원이 공급돼 은행 주담대를 추월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은행권 주담대를 옥죄는 사이 정작 국토부는 정책성 대출은 대폭 확대해 가계부채 관리에 엇박자가 났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책성 대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기금의 대출 재원이 2~3월에 조기 소진됐다. 통상 매년 9~10월 쯤에 소진 것에 비해 올해는 소진 시기가 대폭 앞당겨졌다. 디딤돌대출을 중단할 수 없는 은행들은 기금과의 계약에 따라 은행 재원으로 매월 수조원씩 정책성 대출을 취급했다.
은행 주담대 금리가 3~4%대였지만 디딤돌대출 금리는 2~3%로 많게는 금리차가 1~2%포인트(P)씩 벌어졌다. 기금은 은행 주담대 금리와 디딤돌대출 금리의 차이만큼을 이차보전해 주지만 상한(캡)을 0.99%P로 적용했다. 금리차가 0.99%를 넘어서 발생한 '역마진'은 은행 스스로 대야 하는 셈이다. 정부가 은행권 가계부채 관리를 압박한 지난 7월 이후 은행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금리차는 1%P 이상 벌어졌다. 은행들은 자체 상품은 못 팔면서 '적자' 상품인 디딤돌대출을 취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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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돈으로 공급한 디딤돌대출, 자본비율 '30년 족쇄'━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당 수수료 십수만원을 받지만 확인해야 할 서류도 많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은행이 다 져야한다"며 "지난해 계약을 할 때만해도 은행 재원이 이렇게 많이 나갈줄 몰랐다. 역마진이 나는데도 계약을 중도에 파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2023년 4월 계약해 2028년 3월까지 5년간 정책대출을 취급해야 한다.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별 내년도 가계대출 목표액에 정책성 대출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역마진을 감수하고 판매하는 디딤돌 대출 때문에 자체 주담대는 더 줄여야 한다.
정부의 주택금융 정책 전반에 엇박자가 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토부는 무리한 공급목표를 세워 기금 재원이 고갈돼 민간 은행에 부담을 떠넘겼다. 반면 보금자리론을 취급하는 금융위는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공급목표를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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