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사로잡은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그때와 지금의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3년 만에 돌아오는 '오징어 게임'에는 이러한 현실이 더욱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황동혁 감독은 이를 통해 '이래서는 안 되지 않냐'라는 질문을 시청자에게 던지고 있다.
지난 8월 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 6층 누리볼룸에서 '오징어 게임2' 기자 간담회가 개최됐다. 앞선 세트 비짓 행사와 마찬가지로 황동혁 감독과 김지연 대표가 참석한 이번 간담회에서는 작품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날은 '오징어 게임' 시즌2의 공개일이 알려진 날이기도 했다. 황동혁 감독은 "아직 포스트 프로덕션이 안 끝났다. 지난 2년 동안 매일같이 이 작품에 매달렸다. 기대가 되기도 하고 많은 기대를 하실 것 같아 부담되기도 한다. 만감이 교차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황동혁 감독은 새로운 시즌의 가장 큰 변화에 대해 게임에 참가하는 목적이 달라진 것을 꼽았다. 황 감독은 "시즌1의 성기훈은 아무 것도 모르고 돈을 벌기 위해 게임에 참여하는 어수룩한 캐릭터였다. 이번 시즌에는 게임을 끝낸다는 명확한 목적을 위해 게임에 참가한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또 시즌1에서 제가 인기가 있던 캐릭터를 모두 죽여버려서 이를 대치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고 새로운 게임을 한다는 것도 차이가 있다. 시즌1에서 등장했던 투표가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편가르기, 선긋기, 갈등에 대해서도 묘사해봤다"라고 설명했다.
황 감독의 말처럼 '오징어 게임2'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이병헌, 이정재, 공유를 필두로 임시완, 강하늘, 박성훈, 양동근, 박규영 등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황동혁 감독은 "모자 관계, 한때 연인관계였던 커플도 있다. 시즌1에서 기훈과 함께 경마장에 갔던 친구가 다시 등장한다. 시즌2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라고 이번 시즌에는 좀 더 인물 간의 관계성이 도드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려한 출연진 중 탑의 출연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활동을 하지 못하는 탑에게 복귀를 위한 판을 깔아줬다는 비판 때문이다. 황동혁 감독은 "최승현(탑) 배우는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줄 몰랐다. 제 판단이 옳은지 모르겠지만, 이쯤 시간이 지났으면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제 생각이 짧았다는 걸 알게 됐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용기가 필요한 역할이다. 논란이 됐지만 번복하기에는 많은 과정을 거쳤다. 왜 이 배우와 해야 했는지 결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직 이해 못 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작품을 보시면 본인도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걸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기다리고 작품을 보신 뒤 다시 한번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다만, 친분설 혹은 소속사 밀어 주기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부인했다. 황 감독은 "친분설은 많이 억울했다. 저만큼 그런 걸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없다고 생각한다. 신인 감독 때는 어쩔 수 없이 그럴 때가 있다. 저도 예전에는 한 번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너무너무 후회했다. 그래서 친분으로 받아주지 않는다는 게 제 원칙이다. 역할에 적합하다고 생각한 배우를 뽑았다"라고 강조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등 다양한 게임이 등장했던 시즌1에 이어 이번 시즌에 등장할 게임은 무엇인지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황 감독은 "게임 자체는 참가자들의 마음이 돼서 그때그때 알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도 "시즌1보다는 세트의 크기나 활용도가 높아졌다. 조금은 동화적이고 이런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은 아기자기한 세트를 만들어보려고 했다. 다 해봤던 한국 고유의 게임도 있고, 전 세계의 게임도 있다. 그대로 쓸 수 없어 변형한 게임도 존재한다. 협동을 요구하는 게임이 많이 나온다. 서로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더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고 말해 궁금증을 끌어올렸다.
이러한 게임을 통해 황동혁 감독이 던지는 질문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황 감독은 "시즌 2~3을 통틀어서 주제의식이 담길 것 같다. 시즌1의 인기 이유에 대한 질문을 들었을 때 '세상이 '오징어 게임' 속 사회처럼 살기 힘들어서 이지 않을'라고 답변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는데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과연 우리가 나빠지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답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희망이 있는가 물어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상을 향한 비관론자가 되어가고 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래서는 안 되지 않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게 솔직한 저의 심정이다. 뉴스를 보거나 촬영장 근처의 아이들을 봤을 때 '이런 세상에서 미래가 있을까', '남는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뭐가 미래고 정의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는 바꿔야 하지 않나 싶었다. 우리 사회가 끊임없는 '오징어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보시는 분들도 그런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오는 12월 26일 공개되는 시즌2에 이어 2025년 초에는 시즌3가 공개 된다. 황동혁 감독은 "솔직히 한 호흡에 쓴 이야기"라면서도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할지 말을 많이 했다. 중간에 큰 변곡점이 있다. 이야기는 이어지지만, 전혀 다른 컬러의 이야기가 나온다. 여러 생각이 있었는데 끊어서 시즌으로 보여주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따로 평가받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라고 시즌을 분리한 이유를 설명했다.
후속 시즌에 대해서는 "너무 힘들어서 당장은 못 한다. 11달 동안 200회차를 찍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상을 했다. 일단 사람이 살고 봐야 하지 않겠나. 하고 싶은 이야기도 시즌3를 통해 다 했다. 뒤를 이어가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다만 파생되는 스토리나 스핀오프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는 했다. 그래도 바로 다음에 할 것 같지는 않다. 바로 다음에는 극장용 영화를 해보고 싶다"라고 당분간은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인의 기대를 받고 있는 '오징어 게임 2'지만, 성공한 작품의 후속 시즌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징크스도 존재한다. 황 감독은 "시즌1이 잘돼서 시즌2를 만드는 것이지 않나. 전 시즌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즌을 만든다는 게 어느 나라의 크리에이터에게도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제 인생에서 작품에서 바칠 수 있는 노력을 이 작품에 제일 많이 쏟았다. 후반 작업을 하면서 저만의 노력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노력도 담기며 만족스러운 새 시즌이 나왔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징어 게임2'는 12월 2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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