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미국 대선 이후 테슬라 주가는 급등,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일찌감치 도널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던 머스크다.
사실 둘의 조합은 생경하다. 트럼프는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에 부정적이다. 미래보다 전통 산업 중심이다. 혁신의 아이콘을 자부하며 우주로 나아가는 머스크와 결이 달라 보인다.
그럼에도 머스크는 트럼프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 머스크의 토대는 규제 산업이다. 전권을 쥔 이의 생각을 사로잡는 데 그는 베팅했다.
정치적 지지, 공화당 성향 등은 단면에 불과하다. 정치·경제·사회의 키워드를 묶어 머스크 스스로를 대선 과정에 재배치했다. 테슬라가 아닌 머스크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다.
# 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TV토론회가 끝난 직후인 지난 9월11일. 세계적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을 올리며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한다.
트럼프가 "아마 시장에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직접 공격에 나설 만큼 스위프트는 위협적(?) 존재였다.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앨범상 4회(역대 최다) 수상', '11개 음반중 10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등 아티스트의 능력과 평판 때문은 아니다.
음악으로만 억만장자가 된 최초 뮤지션, 2조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최고 여성 부자 등이 스위프트를 설명하지 못한다. '디 에라스 투어'라는 자신의 대형 공연으로 '스위프트 노믹스' 용어까지 만들어낸 마케팅 능력에 대한 경계심 때문도 아니다.
'제국의 설계자, 테일러 스위프트의 비즈니스 레슨'(크리스토퍼 마이크 우드 지음·플랫폼 9와¾ 옮김)에 따르면 스위프트는 진정성을 토대로 다층적 정체성을 진화시켜왔다. 아티스트, 스토리텔러, 미디어, 사회활동가, 기업가…. 스위프트 스스로가 비즈니스 모델이다.
# 대선 이후 머스크에 환호한 시장이 반대로 스위프트를 외면할까. 시장은 개인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을 본다. 정치적 발언 하나에 좌우될 만큼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단편적이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마케팅, 브랜딩 등은 기본이다. 비전, 메시지 등을 더하고 공감을 얻어낸다. 스위프트의 경우 미국 대선 직후 스위프티(스위프트의 팬덤)의 위로를 받으며 또한장의 스토리를 써간다.
'제국의 설계자'에선 이를두고 "일시적 상호작용을 초월한 신뢰와 충성을 낳는 과정"이라고 평한다. 스위프트는 정치·사회적 발언을 사업이나 예술 활동의 독(毒)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예술과 사회 활동을 사회적 영향력으로 엮어낸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공격적으로 나간다. 무엇보다 이 과정의 전면에 직접 나선다. CEO가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일체형 CEO다.
# 'CEO =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우리가 목격하는 흐름이다. 뒷전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그림만 그리는 CEO, 은둔형 CEO는 과거 모델이다. 머스크는 올인했다. 엔비디아의 CEO 잰슨 황은 어느 곳이든 뛰어간다. SK AI 서밋에도 등장한다. 제프 베이조스, 마크 주크버그, 샘 알트먼 등 글로벌 CEO들이 모두 전장에서 나서 전투를 진두 지휘한다.
R&R(Role & Responsibility·역할과 책임)은 구문이다. CEO의 역할, CFO의 역할이 따로 있지 않다. '전문 경영인' '시스템 관리' 등은 흘러간 옛노래다. 정치·사회적 발언과 참여에 대한 경계심도 올드하다. 오류와 실수도 자신의 것으로 수용하며 비즈니스 모델의 하나로 만들면 된다.
플랫폼 9와¾의 유민영 대표는 "평시엔 시스템에 기반한 안정적 관리가 당연한 선택지겠지만 전시엔 다르다"며 "글로벌 전쟁터에서 전략적 전투에 나서려면 모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고 그 방향은 일체형 CEO의 등장이다. 우리가 거부해도 글로벌 전장의 대진표와 멤버는 그렇게 짜여진다. 이미 세계를 누비는 우리의 CEO들도 있다. 그 분들의 건투에 박수를 보내며 부탁한다. 트럼프 2.0 시대, 스위프트 CEO 모델, 일체형 CEO를 공부해보는 것도 단련 과정이지 않을까. 트럼프도 어차피 스스로가 비즈니스 모델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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