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카메라 비추면 "위험, 접근 금지"…방사성 물질, 실시간 감지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 2024.11.13 12:00

채종서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 연구팀, 휴대폰·고글 방사선 영상 처리 기술 실증
전국 방사성 물질 취급 생산 현장 및 연구 현장 무료 보급 계획

고글을 쓰고 방사성동위원소가 들어 있는 ‘핫셀’을 볼 때 고글에 나타나는 방사선 분포도. 붉은 색은 강력한 방사선이 나오는 방사성물질이 있다는 표시다. 노란색은 약한 세기의 방사선을 뜻한다. 세기가 약한 것을 나타낸다. 고글과 컴퓨터에 동일한 영상이 나타난다. /사진=채종서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

맨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주변 환경의 방사선을 간단한 방사선 검출기와 휴대폰 앱만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휴대폰으로 공간을 비추면 방사선이 방출되는 위치와 세기가 영상화돼 나타난다.

채종서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메타버스기반 방사선 안전 ICT 연구센터장)가 이끄는 연구팀이 '휴대폰·고글을 활용한 방사선 영상 처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방사선이 분출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영상화해 피폭을 피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높은 선량의 방사선에 피폭되면 피부가 괴사되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방사성물질을 사용하는 산업·연구 현장에서 방사선 피폭 관리를 가장 중요한 안전관리 항목으로 다루는 이유다. 하지만 방사선은 사람의 오감(五感)으로는 볼 수도, 느낄 수도, 만질 수도 없다. 이 때문에 방사선에 피폭될 가능성이 높은 환경에서도 실제 몸에 이상이 생기기 전까진 미리 회피하기 힘들다.

연구팀은 주변 환경의 방사선 분출 여부를 알려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방사선 검출기, 방사선 분출 여부를 영상으로 볼 수 있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 특수 고글, 방사성 물질과의 거리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소프트웨어로 구성됐다.

방사선 검출기와 영상처리용 컴퓨터, 휴대폰 앱, 특수 고글은 서로 무선으로 연결돼 있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사성 물질의 위치와 공간 안 방사선 세기를 영상으로 파악한다. 사용자는 상황에 따라 휴대폰이나 고글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방사선 업무 종사자가 휴대폰 앱을 켠 뒤 작업장 입구에 서서 휴대폰 카메라로 안쪽 공간을 휘둘러 비춰보면, 방사선이 방출되는 위치와 세기, 작업자와 방사성물질 간 거리가 휴대폰에 나타난다. 특수고글을 착용한 경우엔 고글 화면에 같은 정보를 담은 영상이 나타난다. 방사선이 강한 곳은 붉은색으로, 약한 곳은 주황색으로 표시된다. 색깔이 없는 곳은 방사선이 없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 RI응용부의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시설에서 해당 기술을 실증 중"이라고 밝혔다.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장비가 든 차폐 공간에 방사선 검출기를 넣고 휴대폰 앱을 연결해 측정되는 방사선 농도를 확인하는 식이다.

연구팀은 "개당 몇십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손바닥 크기의 국산 저가 방사선 검출기를 40개까지 서로 무선 연결할 수 있다"며 "이를 방사선을 취급하는 공간 곳곳에 설치해두면 값비싼 외국산 방사선검출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방사선 작업자의 피폭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술의 상용 버전을 개발해 전국 방사성 물질 취급 생산 현장 및 연구 현장에 무료로 보급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선도연구센터(CRC)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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