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뉴스1에 따르면 30대 교사 A씨는 작년 11월 16일 수능 감독관으로 들어갔던 그날의 악몽 속에 여전히 갇혀 있다.
문제의 수험생은 A씨가 감독관으로 들어간 고사장에서 앞에서 세 번째 줄에 앉아 있었다. 4교시 종료종이 울린 후 A씨가 앞에서부터 차례로 답안지를 걷는 동안 수험생의 마킹 행위는 계속됐다. A씨가 1차 경고했지만 수험생은 요지부동이었다. 답안지를 걷으려는 A씨와 제출하지 않으려는 수험생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A씨는 탄원서에서 "긴장과 아쉬움 속에서 (학생이) 실수로 부정을 저지르지 않도록 손으로 답안지를 덮었던 것도, 제가 생각하기로는 그 당시 제가 감독관으로서 할 수 있었던 최선의 행동이었다. 부정행위 처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제가 했던 행동은 '종이 치자마자 감독관이 학생의 팔을 쳤다'는 거짓 증언으로 바뀌어 있었다"고 억울해했다.
결국 A씨는 수험생을 데리고 해당 고사장 본부를 찾았고 본부는 '부정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자 해당 수험생의 학부모는 A씨가 근무하는 학교를 찾아가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학부모는 A씨의 인권 유린 사례를 제보받는다는 식의 피켓을 들고 당시 차를 갖고 있지도 않았던 A씨가 상습 불법 주정차하고 상습 지각을 했다며 파면을 요구했다. 학교에 전화를 걸어 "인생의 끝을 보여주겠다"고 협박도 했다.
A씨는 "진심으로 위협을 느꼈기에 처음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심리 상담을 진행하게 됐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제가 근무하는 학교 주변을 가지 못하고 가해자의 주거지 부근일 것이라 예상되는, 수능 감독 학교 주변도 가지 못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열린 첫 공판에서 해당 학부모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교육청이 (사실관계를) 빨리 확인해 주지 않았다"는 취지로 책임을 전가했다.
A씨는 "이번 사건으로 아파하는 가족들을 보며 그냥 '그거 하나 눈감을걸' '대충 감독할걸' 후회했다"며 "1차 공판에서 '협박의 의도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정말 끝까지 제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분노와 절망감만이 든다"고 탄원서를 마무리했다.
서울 교사노조는 A씨의 탄원서와 함께 해당 학부모의 엄벌을 요구하는 연서명을 받아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쯤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다음 공판은 오는 27일 오전에 열릴 예정이다.
매년 수능 날마다 각 고사장의 감독관으로 '차출'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사들은 각종 민원 폭탄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수능 감독관 연수에서 교사들은 신발 소리부터 종이 넘기는 소리, 손목시계 초침 소리, 향수 냄새, 심지어 숨 쉬는 소리마저 주의하라는 당부를 듣는다. 감독관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우리도 (무소음) 수능 시계를 다 구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험생의 요청으로 시험 중 답안지를 교체해 주거나 수정테이프를 나눠줄 때는 최대한 빠르면서도 소리 없이 걷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일선 중등 교사 중에는 수능 날이 가까워져 오면 아예 미리 병가를 내는 경우도 많다. 올해는 특히 의대 증원을 노리고 재수를 하는 20~30대 'N수생'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예상치 못한 민원 증가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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