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지난 달 30일 발표한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계속 끌고갈지 여부를 논의했다. 이사회는 일단 유상증자를 철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주주와 시장, 금융당국의 우려를 수용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고려아연은 전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질의응답을 통해서도 "유통물량 증가, 주주기반 확대로 분쟁 완화와 국민기업 전환을 도모하려고 했으나 시장 상황 변화와 투자자분들의 우려, 감독당국의 정정 요구 등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시장 피드백과 주주분들의 우려, 당국 요구 등을 종합 검토해 입장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그동안 유상증자 계획 관련 시장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했다. 공개매수 후 유통물량 감소에 따른 상장폐지 우려를 해소하는 한편 MBK·영풍의 경영권 공격을 막기 위해 추진한 유상증자지만 주주와 시장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때문이다. 유상증자 관련 조사 속도를 끌어올린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에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는 등 고려아연측의 유상증자 카드는 지속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달렸다. 고려아연은 대형 증권사와 기관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유상증자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이사회 결정과 관련해 최윤범 회장은 오후에 긴급 기자회견 연다. 그동안의 경과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앞으로의 대응 등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고려아연과 MBK·영풍의 경영권 분쟁은 임시주주총회 표대결 준비 국면으로 진입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영풍이 신청한 고려아연 임시주총 소집허가 사건의 심문기일을 오는 27일로 정했다. 법원이 심문을 마치면 영풍과 고려아연에 추가로 준비서면 제출 기간을 1~2주 주고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인용 결정이 나오면 2주간의 임시주총 소집 통지를 거쳐 임시주총이 열린다. 이르면 올해 연말에서 내년 초 임시주총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임시주주총회까지 약 두 달간이 표대결 준비 기간이 되는 셈이다. 현재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 공개매수 물량의 소각까지 감안하면 최윤범 회장측 지분율은 40%, MBK·영풍은 44% 수준으로 추정된다. 결국 남은 16% 지분의 향배에 경영권 분쟁의 결과가 갈리게 되는 셈이다. 자사주 물량 소각 감안 시 최대 8.25%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6%대의 국내외 소액주주 지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결국 국민연금의 의중이 변수인 가운데 소액주주들의 위임장을 최대한 받아내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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