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머니투데이가 46개 캐피탈사의 수시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올해 6월 말 이후 15개 캐피탈사에서 5199억원의 부실채권이 새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캐피탈사는 한 차주에게서 50억원 이상 또는 자기자본의 10%를 초과하는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공시해야 한다. 부실채권은 6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으로 사실상 원금회수가 어렵다. 5199억원의 부실채권은 대부분 부동산 PF사업장에 나간 대출이다. 이 중 상당수는 지난 6월 금융당국이 PF사업성 평가기준을 강화하면서 새롭게 고정이하여신으로 편입됐다.
앞서 6월부터 PF사업장의 사업성 평가단계가 '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 4단계로 세분화되면서 유의등급 사업장에 나간 대출에도 고정이하여신 수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쌓게 됐다. 원래 사업성 평가단계는 '양호' '보통' '악화우려' 3단계로 나뉘어 있어 악화우려 사업장의 대출만 고정이하여신으로 판단했다.
일부 캐피탈사는 신규 부실채권 규모가 자기자본의 7~35%에 이를 정도로 크다. 최근 에너지전문회사에 매각된 웰컴캐피탈은 6월 말과 9월 말 총 4개 PF사업장에서 245억원의 부실채권이 발생했다. 웰컴캐피탈 자기자본(700억원)의 3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OK금융그룹 계열사인 OK캐피탈은 6월 말 이후 총 12개 PF사업장에서 1518억원 규모의 대출이 부실화됐다. OK캐피탈의 자기자본은 7438억원으로 4개월 새 자기자본의 20%가량이 새롭게 부실화됐다. 같은 기간 DB캐피탈과 iM캐피탈에서 신규발생한 부실채권은 각각 130억원, 480억원으로 집계됐다.
양사 모두 자기자본의 약 7% 규모다. 신한캐피탈은 자기자본이 2조원을 넘어 부실채권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6월 말 이후 826억원의 부실채권이 신규발생했다. 부실채권 액수로만 따지면 OK캐피탈 다음으로 크다.
부실채권은 회수 가능성이 낮어 경공매로 넘기거나 상매각을 통해 정리해야 하지만 어떤 방식을 택해도 캐피탈사의 손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캐피탈사는 PF대출을 내줄 때 중후순위 채권자로 참여한다. 은행, 상호금융, 대형 저축은행 등 선순위 채권자는 경공매에서 사업장 가격이 깎여도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가능성이 크지만 중후순위 채권자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지난 6월 PF사업장 평가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존 부실채권으로 분류되지 않던 대출이 새롭게 부실채권으로 편입됐다"며 "캐피탈업계는 전반적으로 중후순위 비율이 커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사실상 원금을 많이 건지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공매나 상매각을 통해 충당급 환입이 이뤄져 실적이 일부 개선되곤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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