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진영은 의기양양하다. 상하 양원의 지배권도 탈환했으니 앞으로의 행보에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수년간 고심했던 보수적 정책 어젠다를 밀어붙여 이른바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복구하면 될 듯하다.
우선 허가 없이 국경을 넘어온 수백만 명의 불법이민자를 본국으로 송환해 치안을 회복한다. 연방준비제도(연준)에 압력을 가해 금리를 내리고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의 투자여력을 확충한다. 관세를 올려 무역적자도 줄이면 될 듯하다. 그렇게 트럼프노믹스를 가동하면 경제성장과 국가안정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한 가지 경제목표를 밀어붙이면 다른 부문에서 문제가 생기는 상충효과 때문이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도 돈을 풀어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을 펼쳐 경기를 부양해 실업률을 낮추면 선거에서 이길 줄 알았다. 하지만 유권자는 물가 불안을 이유로 해리스를 심판했다.
주택시장에서도 불만이 누적됐다. 바이든 집권 이후 4년 간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39% 상승했다. 주택 매매가격의 중간값도 24% 올라 42만 달러에 달했다. 주택매입에 필요한 돈을 최장기 30년 고정금리로 대출받아도 매월 2000 달러 이상을 모기지로 내야 했다.
이는 중산층 월급의 40%가량에 해당한다. 이 돈을 대출금 상환에 쓰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막 가정을 꾸린 젊은 부부에게는 집값의 20%에 해당하는 다운페이먼트(현금)를 마련하기도 버겁다. 집값이 너무 비싸 서다. 해리스 후보도 문제점을 알았다. 그는 주택문제 해결을 경제공약의 우선순위에 두었지만 유권자의 불만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트럼프는 주택시장 불안의 원인이 불법 이민자의 유입 때문이라 봤다. 단기간에 수백만 명이 들어와 거처를 찾으려 하니 집값도 당연히 불안해졌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이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대규모 추방계획을 실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불법 체류자를 색출해 본국으로 보내겠다고 의지를 불태운다.
하지만 이를 통해 부동산 가격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는 의문이다. 주택가격 불안의 근본적 원인은 주택의 공급부족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산층이 선호하는 단독주택의 공급이 충분치 않다. 불법 체류자가 단독주택의 수요를 단기간에 끌어올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그나마 부족한 주택 건설에 필수적인 현장 노동의 상당 부분을 제공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추방은 주택공급에 더 큰 난맥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트럼프는 수차례 대통령이 연준 정책을 통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그는 금리를 내리려 할 것이다. 인위적 금리인하는 필경 물가를 불안케 한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 관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에서 관세인상은 곧바로 생활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물가가 오르면 연준은 금리를 올려야 한다. 그러면 경제성장은 물거품이 된다. 트럼프 경제학의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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