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약 2년 만에 1400원선을 돌파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글로벌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면서다.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선을 웃도는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전 거래일 종가(1394.7원·오후3시30분) 대비 8.8원 오른 1403.5원을 기록했다. 야간 거래시간을 제외한 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으로는 2022년 11월7일(1401.2원) 이후 약 2년 만에 1400원대에 올라섰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확실시됐던 6일 야간 거래 시장에서 1400원선을 돌파한 이후 일주일째 고공행진 중이다. 이후로도 장중 여러 차례 1400원선을 넘나들다 종가 기준으로는 1400원선 아래로 조정됐다.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의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원/달러 환율 상승 배경에는 글로벌 강달러가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는 오후 4시 기준 105.74를 기록 중이다. 달러화지수가 105대를 기록한 건 지난 7월 이후 4개월 만이다.
달러 가치는 트럼프의 '보편적 관세 부과' 등 정책 불확실성을 반영하면서 급등했다. 트럼프 공약대로라면 감세 정책에 따라 재정적자가 커지면 미국 국채 발행이 늘어나고,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달러 강세가 동반될 수 있다. 또 교역국의 통화가치 절하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달러 강세와 맞물려 원화는 약세다. 3분기 GDP(국내총생산)가 0.2% 성장에 그친 데다 수출 불확실성 등으로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원화 약세 압력이 높아진 상황이다.
위안화와 엔화, 유로화 등 달러 독주에 대항할 통화가 없다는 점도 달러 강세를 부추긴다. 유로화는 독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 부진이 이어지면서 약세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서도 '여소야대' 의회가 구성되면서 엔화의 강세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정책이 공식화될 때까지는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관세 정책 시행 등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달러 강세가 진정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1400원대에서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얼마나 오래가는지에 따라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고환율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고환율을 불러일으킨 요인이 우리 경제에 나쁘기 때문에 이 상황을 잘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는 내년 1월까지 1400원대를 중심으로 등락하거나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레드스윕'(미국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이 현실화되고 있어 관세 공약이 조기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은 달러화 강세를 지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불확실성도 달러 강세를 지탱한다. 박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임기 이전 퇴임이 없을 것이라 밝혔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 연준과 관계가 매끄럽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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