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향후 몇 주 내 회원국 간 경제적 차이를 줄이기 위해 비축해놓은 결속 기금을 안보 및 탱크 도로·교량 보강 등 군사 이동 프로젝트에 쓸 수 있게 재정 준칙을 완화할 방침이다. 기존의 결속 기금 할당 규칙에 유연성을 부여해 군비 수요 증가에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2021~2027년까지 방위비로 전용되는 결속 기금은 약 3920억유로로 지금까지 약 5%만 사용됐다.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주요국들은 EU가 공동 채무를 발행하거나 추가 기금을 조성하기보다 기존 자금을 활용하길 선호한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EU가 방위비를 늘리는 것은 어차피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위기다. 트럼프는 올해 초 NATO(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지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러시아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게 독려하겠다"고 경고했다.
EU 현행 규정에 따르면 결속 기금은 방위 장비 구매나 군대에 직접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드론 같은 이중 용도 제품에 대한 투자는 가능하다. EU는 앞으로도 결속 기금으로 무기를 직접 사는 것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각 회원국 스스로 무기와 탄약 생산을 촉진하도록 방위 산업 육성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유럽 대륙의 동과 서를 잇는 독일은 2027년까지 결속 기금 390억유로를 받아 도로, 철도, 교량 등 인프라 개선에 쓸 예정이다.
EU의 이번 조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군비 지출을 늘려온 동유럽 국가들에게 환영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동쪽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유럽위원회에 방위 비용 증가를 요구해왔다. 폴란드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4.1%를 군비에 썼는데, 이는 NATO 목표의 두 배에 달한다. 폴란드의 내년 방위비는 GDP의 4.7%로 늘어난다.
EU의 차기 예산(2028년~2034년) 협상에서도 방위비 증가가 예고된다. EU는 예산 총액을 보통 7년 단위로 집행하는데, 다음 중장기 재정전망(MFF) 협상이 내년부터 시작된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전 대통령은 유럽위원회에 전체 예산의 20%를 방위 비용으로 유보하자고 제안했다. 위르겐 리 에스토니아 재무장관은 "우리는 다른 나라들보다 더 많은 군대가 필요해 이미 국방비를 늘렸다"며 "다음 유럽 예산을 구성할 땐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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