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만은 한국 건설사에는 가깝고도 먼 시장이었다. 사실 동남아, 중동 등에 비해 시장 규모도 작을뿐더러 내수 위주의 폐쇄적인 분위기 탓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심심치 않게 터지는 대만과의 정치·외교적인 불확실성 역시 진출 우선순위를 떨어트리는 요인이었다. 1990년대 앞다퉈 진출했던 한국 건설사들도 대부분 2010년대 전후해서 아예 철수했다. 이후 대만 건설시장은 중소 규모의 현지 건설사와 현지화된 일본 건설사 위주로 재편됐다.
변화가 생긴 건 최근 2~3년 새다. 대만 건설시장은 아직 국내와 비교하면 40% 규모지만, 연평균 3%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타이베이, 가오슝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업시설, 업무시설, 인프라 등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급성장하는 대만 건설시장에서 한국 건설사는 연이어 '깜짝' 대형 수주계약을 따냈다. 삼성물산은 2021년 1조8000억원 규모의 타오위안공항 공사를, 지난해에는 1조3000억원 규모의 가오슝시 아오지디 복합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두 사업은 각각 대만 내 공공·민간 사업 부문 최대 규모였다.
특히 가오슝 복합개발 사업의 발주사는 대만 최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푸본금융그룹의 자회사 푸본생명보험으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다른 대형 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푸본그룹뿐 아니라 대만 재계에서 부동산 개발을 할 때 한국 건설사를 최우선 파트너로 검토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만 출장에서 만난 한국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프로젝트 수주 이후 대만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각종 개발사업 검토 요청을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 건설사가 총괄하는 공사현장은 대만 노동부, 교통부(철도국) 등 관계부처에서 모범사례로 선정해 현장 방문, 세미나 요청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대만이 한국 건설사에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이유는 또 있다. 전 세계 건설시장에서 한국 건설사와 수주 경쟁을 벌이는 중국 업체들의 진출이 불가능하다. 대만 기업과 만나 표준 중국어를 사용하면 '공산당 말'을 쓴다고 말도 붙이기 어려울 정도다. 반대로 대만어를 구사하고 대만 문화에 관심을 보이면 적극 호감을 드러낸다. 한국 건설사 관계자는 "대만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사업 역량은 기본이고, 신뢰 관계를 중요시하고 자존심이 강한 대만사람들의 언어적,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K-건설은 해외 누적 수주액 1조달러 달성을 코앞에 뒀다. 해외 곳곳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왔지만, 중국 등 해외 업체와의 수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대만 시장에서 다시 쌓는 K-건설의 기록이 오랜 기간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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