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시대를 앞두고, 통신 부문의 관전 포인트로 '오픈랜(OpenRAN·개방형무선접속망)'이 꼽힌다.
1기 트럼프 정부가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를 제재했던 만큼, 이런 기조가 계속된다면 오픈랜 지원책도 날개를 달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국 대비 한국의 오픈랜 기술 수준 및 산업계의 대응은 크게 뒤처진 만큼,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최성호 통신·전파위성 PM 등이 작성한 'ICT 스팟 이슈' 최신호를 통해 "해외 주요국과 오픈랜 기술 수준이 3단계라면, 우리나라는 1.5단계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우리는 첫 단계인 'R&D(연구개발)'에서 '실증'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인데, 해외는 이미 마지막 단계인 '상용화'에 진입했다는 지적이다.
오픈랜은 '무선접속망(RAN)을 개방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의 무선 환경은 안테나, 무선장치, 기지국, 소프트웨어(SW) 등을 동일 제조사 장비로 채워야 정상적인 네트워크 성능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오픈랜 도입 이후로는 다양한 브랜드 장비를 섞어 쓸 수 있게 된다. 이에 오픈랜은 화웨이 등의 통신장비 과점을 무너뜨릴 카드로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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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겨냥' 美 오픈랜 진흥책…'트럼프 2기'도 그대로━
이에 세계 각국은 오픈랜을 6G 통신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 기술로 인식하고 관련 R&D(연구개발) 및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총 24억달러(약 3조3000억원)의 정책기금을 조성해 향후 10년간 미국 오픈랜 기업의 기술 고도화와 사용 확산에 투자하기로 했다. 2기 트럼프 정부에서도 화웨이 등 중국의 통신장비사를 견제하는 오픈랜 진흥책은 공고히 유지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민간도 호응하고 있다. 일례로 AT&T는 내후년까지 무선망의 70%를 오픈랜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엔비디아는 오픈랜 장비의 컴퓨팅 성능을 고도화하는 AI(인공지능) 가속기 등을 공급한다. 특히 미국 정부와 기업들은 오픈랜 기술을 넘어 6G 시대를 대비하는 'AI 랜'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며, 엔비디아 중심의 'AI 랜 얼라이언스'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20년 오픈랜을 전략 기술로 정한 일본, 이듬해 선정한 영국과 독일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이미 일본과 유럽에서는 O-RAN 얼라이언스의 인증을 받은 테스트베드를 중심으로 오픈랜 기술의 실증 활동이 진척됐다. 아울러 일본의 NTT도코모·KDDI·소프트뱅크·라쿠텐 심포니·후지쯔·NEC, 유럽의 보다폰·도이치텔레콤·텔레포니카 등 주요 글로벌 통신사는 이미 오픈랜 서비스의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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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독일 '오픈랜 상용화'…한국 "실증 준비중"━
IITP는 국내 5G 시장에서 오픈랜 상용화를 앞당겨 한국 기업의 오픈랜 경쟁력을 확보하고 AI 랜 기술에 대한 투자도 병행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세부 대응책으로 오픈랜 기술 개발을 위한 국내 대·중소기업, 대학, 연구소 간 협력 플랫폼 구성을 제안했다. 미국의 기업과 대학·연구소 간 오픈랜 협력을 위한 'PAWR' 플랫폼을 모델로 한 구상이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은 오픈랜에 주도적인 모습을 살펴보기 힘들며, 눈에 띄는 것을 지양하는 문화, 오픈소스 개발에 소극적인 문화가 있어 협력적 환경 구축을 위한 플랫폼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픈랜, AI, 6G 등 첨단 기술에 대한 병행 투자 확대 △오픈랜 상용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 △오픈랜 R&D에 필요한 고급 연구자 양성 △국내 오픈랜 기술자 양성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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