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 상원에서 지도부가 되기를 원하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휴회 임명(Recess Appointment)에 동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것이 없으면 적시에 필요한 사람들을 인준받을 수 없어 2년 이상 공석이 된 사례도 있다"며 "4년 전과 같은 일이 반복돼선 안되고, 우리는 즉시 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헌법에선 대통령이 각료와 연방법원 판사 등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상원의 인준 투표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의회 인준 제도는 견제와 균형을 위한 것으로 세계에서 미국이 가장 처음 도입했다.
상원의 인준 대상은 백악관 보좌진을 제외한 장관급 각료가 모두 포함된다. 행정부 각부의 장·차관, 연준 의장, 예산관리국장, 무역대표부 대표, 각국 파견 대사,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연방 대법관, 연방 판사, 군 장성 등 인준을 받아야 하는 직책은 1200여개에 달한다.
다만 상원이 휴회할 경우에는 인준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휴회 임명을 요청한 것은 이 표결 과정을 우회해 원하는 대로 내각을 구성하기 위해서다. 내년 1월에는 공화당이 연방 상원에서 다수당이 되지만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청문회 등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고 보고 미리 대응에 나선 것이다. 차기 지도자가 '휴회 임명' 구상을 지지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 확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사안이라고 CNN은 짚었다.
공화당 내부 인사들의 충성 경쟁을 자극하려는 목적도 있다. 공화당의 정통 보수파는 퇴진하고 트럼프에 충성하는 인사들로 내각이 구성될 공산이 큰 상황에서 휴회 인준을 요청해 진짜 자신의 사람을 구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신의 최측근인 수지 와일스 공동선대위원장을 백악관 차기 비서실장으로 낙점한 반면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에 대한 인사 배제 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가장 열세인 것으로 평가되는 스콧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100% 동의한다"며 "저는 당선인의 지명인들이 가능한 한 빨리 (의회 인준을) 통과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번 대선 승리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릿 스콧을 상원 다수당(공화당) 원내대표로!"라는 게시물로 화답하기도 했다.
튠 의원은 "휴회 임명을 포함한 모든 옵션은 테이블에 있다", 코닌 의원은 "헌법은 대통령에게 휴회 임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있다"고 각각 엑스에 글을 올렸다.
한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상원 인준 없이 임명된 경우 정식 인준 전까지 최대 2년까지 직책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미국 상원은 대통령의 휴회 임명을 막기 위해 실제 회의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임시회의 소집을 해왔다.
2014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진행한 3건의 휴회 중 임명 건에 대해 당시 상원이 완전히 휴회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연방대법원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사례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첫 임기 때는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을 교체하기 위해 휴회 임명 제도를 활용하려 했으나 상원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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