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썼다고 감점" 싸늘했던 이 나라…한국 건설사에 일 맡긴 후 '반전'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 2024.11.12 05:25

[K-건설, 해외 현장을 가다] ①김기영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만 가오슝 복합개발 총괄

편집자주 | 대한민국 'K-건설'이 해외 곳곳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올해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 코리아'로 힘을 합쳐 이뤄낸 성과다. 아시아와 중동, 유럽 등 해외 건설현장 곳곳에서 K-건설의 위상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삼성물산 대만 가오슝시 아오지디 복합개발 프로젝트 사업 현장 모습 /사진제공=삼성물산
대만은 그동안 최우선 진출국 목록에는 빠져 있었다. 사업 규모도 작을뿐더러 내수 위주의 폐쇄적인 시장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진출해 품은 많이 들지만 '먹을게' 적었다. 대만과의 정치·외교적인 불확실성 역시 진출 우선순위를 떨어트리는 요인이었다. 한국 건설사들은 대만 대신 동남아, 중동 더 멀리는 유럽으로 향했다.

하지만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업체들과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중국 업체들의 진출이 불가능한 대만 시장이 어느덧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것이다. 대만의 경제성장으로 시장 규모가 커진 것도 한국 건설사들의 눈길을 돌리기에, 충분한 요인이 됐다.

가오슝시 공사 현장에서 만난 김기영 삼성물산 대만 가오슝 복합개발 총괄소장은 "대만은 글로벌 건설사들의 진출이 제한적으로 현지화된 일본 건설사들이나 중소형 현지 업체들 위주"라며 "삼성물산은 공공·민간 시장에서 최대 규모 사업을 연이어 수주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2021년 대만 시장에 재진출했다. 1조8000억원 규모의 타오위안공항 공사와 1조3000억원 규모의 가오슝시 아오지디 복합개발 사업이 시발점이 됐다. 타오위안공항 공사는 대만 정부가 가장 많은 공사 예산을 투입한 공공 개발사업, 가오슝 복합개발은 민간 기업이 발주한 최대 규모 사업이다. 발주처는 대만 최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푸본금융그룹의 자회사 푸본생명보험이다.

김 총괄소장은 "두 번에 이은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로 대만 정부 기관과 기업에서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신뢰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며 "단순히 사업 수주를 넘어서 매달 현지 관계자들의 현장 방문, 세미나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올해 8월에는 대만 노동부, 교통부(철도국) 등 주요 부처에서 안전시설 현장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삼성물산이 글로벌 수주 경험을 바탕으로 대만에서 대형 프로젝트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탄탄한 신뢰 관계를 쌓았지만, 처음엔 분위기가 180도 달랐다. 한국과 다른 업무 문화와 건설기준, 교류 방식에 시행착오를 겪었다. 전자 업무가 아닌 서류 작성과 대면 보고, 도장 날인 등의 수행방식은 적응이 쉽지 않았다. 예상치 못했던 언어적 장벽까지 있었다. 발주처 회의를 위해 중국어 자료를 작성했더니 '공산당' 같은 중국어를 썼다고 감점을 받았다. 김 총괄소장은 "관계를 중요시하고 자존심이 강한 대만사람들의 언어적,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려고 안 해본 시도가 없을 정도"라며 "재진출 이후 사업 수주 뿐 아니라 새롭게 관계를 쌓은 게 가장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흠잡을데 없는 공사 현장으로 콧대 높았던 대만사람들을 사로 잡았다. 김 총괄소장은 "갑자기 현장을 찾은 한 최고위 임원은 현장 인력 안전교육, 휴게시설 등 복지 관리를 보고 '대만인을 아껴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까지 했다"며 "이후 삼성물산의 현지 평가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졌다"고 했다.

삼성물산은 대만 정부와 기업에서 대형 인프라 개발 등 여러 프로젝트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김 총괄소장은 "지금까지 현장 운영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쌓아온 경험으로 우수한 협력사와 인력을 확보해 신규 프로젝트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영 삼성물산 대만 가오슝시 아오지디 복합개발 총괄소장이 현장 사무소에서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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