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대한체육회에 대한 '현안질의'는 이기흥 회장의 해외 출장을 사유로 한 불출석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참석한 윤성욱 체육회 사무총장을 대상으로 질의가 이어졌지만 대부분 이기흥 회장에 대한 내용이어서 사무총장이 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기흥 회장의 불출석을 두고 문체위 여당 간사인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이 회장이 천만원이 넘는 사비를 들여서 해외 출장을 갔다고 하는데 그게 맞는 건가. 사무총장은 이 회장의 출장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나. 이게 이치에 맞는 출장 절차라고 생각하시냐"고 물었다.
윤성욱 사무총장은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저도 사비로 출장을 갔다고 보고 받았다. IOC 위원 자격으로 간 걸로 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전재수 문체위원장도 믿기 어렵다는 듯 '사비 출장'의 진위 여부를 다시 확인했다. 전 위원장은 "정말로 사비로 간 게 맞느냐. IOC위원으로 간 거면 공무 출장일텐데 왜 사비를 써 가며 해외로 갔다는 것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물었다.
이에 윤 사무총장은 "사비로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더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회장이 이날 국회에 불출석하며 해외 출장으로 참석한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세계올림픽개최도시연합(WUOC) 회의는 이 회장이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었던 행사다.
WUOC는 올림픽 개최도시와 개최희망도시의 대표자들이 참석하는 행사로 대한체육회 대표자인 이 회장이 참석해야할 이유도 없다. 서울이나 평창 등 올림픽 개최도시 관계자가 참석해야할 회의다. 실제로 체육회는 이 회의에 지난해 대리급 직원이 참석한 적이 있을 뿐 체육회장이 직접 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9일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에 내년 1월 예정된 차기 체육회장 선거에서 자신의 연임 제한 예외 인정 절차를 위한 신청 서류 제출 직후,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총회 참석을 이유로 당일 출국한 바 있다. 이후 이번달 2일 경 귀국했으나 다시 4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자문위원회를 다녀왔고 이번 스위스 출장까지 연이어 3차례 해외로 나가고 있다. 3연임 서류를 제출하고 곧바로 해외로 나갔단 점에서 국회와 언론 등의 추궁을 피하기 위해서란 관측이 나온다.
체육계와 국회에선 이 회장이 이날 현안질의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해외 출장을 떠났고, 예산문제로 지적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이번 스위스 출장도 사비로 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도 "어제 국무조정실 발표로 이 회장의 여러 비위가 드러났다"며 "국회를 기만하고 밤까지 폭탄주를 마신 것은 범법행위다"라고 직격했다. 이어 "공공기관장이 언제부터 국회에 오기 싫으면 안 와도 되는 게 됐나. 국감이 언제부터 폭탄주 회식보다 중요도가 떨어지게 됐나. 이 회장이 국회를 무시하고 그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데엔 혹여나 여기 계신 어떤 의원을 믿고 그러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진 의원도 문체위 차원의 고발조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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