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 일부 의료계 단체는 전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1차 회의를 열었다. 전날 회의에는 여당 대표로 한동훈 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 이만희·김성원·한지아 의원, 의료계에선 이진우 대한의학회장과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의대협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 대표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자리했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지난 9월4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처음 언급하고 한 대표가 이를 받아 대통령실에 제안하며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사실상 한 대표 주도로 주체간 협상이 진행됐다.
2개월여 간의 노력 끝에 여야의정 협의체 첫 회의가 열렸지만 '반쪽 출범'이란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사를 대표하는 법정단체인 의협과 전공의들이 빠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등 야당도 함께 하지 않았다.
향후 여야의정 협의체의 성패는 의협과 전공의를 끌어들일 수 있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선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복귀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 10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에 대한 불신임(탄핵)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임 전 회장이 막말과 실언을 반복해 의협의 명예를 훼손하고 간호법 통과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저지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다.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임 전 회장 탄핵을 요구한 것도 배경 중 하나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각 병원 대표 90명의 명의로 지난 7일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도 지난 8일 임 회장의 탄핵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내며 전공의 단체의 의견에 동조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 지도 관건이다. 민주당은 전공의 불참, 사전 일정 협의 미비 등을 이유로 이날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야당이 참여하는 경우 의협·전공의를 동참시키는 데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들과 의대 교수들이 빠진 협의체에 국민들 사이에서, 의사들 사이에서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겸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전 유튜브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에 출연해 "(정부·여당은 민주당이) 안 오길 바란 것 같다. 오늘(11일) 오전 8시에 모인다고 어제(10일) 오후 4시 공문 한 장 보낸 게 전부"라며 "사진 한 장 찍고 야당 욕하면 (의정갈등) 문제가 해결될지는 모르겠다. (단순히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만 던져놓아선 (안 된다)"라고 했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과 관련해 "한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2025년 의대 모집 정지를 하든, 7개 요구안 일체를 수용하든 뭐라도 해야 다가올 혼란을 조금이라도 수습할 법하다"며 "이를 무시한 정부와 여당이 모든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한 대표는 전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여러가지 다른 생각을 안고 가야 한다"며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 여러 가지가 논의될 것이다. 의료 상황이 어렵고 풀리지 않는 이유는 각각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의료 수요가 폭증하는) 겨울이 오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민 생명과 건강에 큰 위협이 된다"며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한) 의료계 단체 분들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일념으로 여기까지 나오신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1~2년차 전공의와 조금만 더 수련하면 전문의 자격증을 딸 수 있는 3~4년차 전공의를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 3~4년차가 복귀할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들만 돌아와도 의료 현장 숨통이 조금 더 트일 것이다. 성과를 내면 한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