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형 손해보험사 5곳(메리츠·삼성·현대·KB·DB)의 주요 진료과별 실손보험금 지급현황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지급액 9조2860억원 중 비급여 진료 관련 지급액은 5조3524억원으로 전체의 57.6%를 차지한다. 올 상반기에도 전체 지급액 4조9439억원 중 57.8%인 2조8564억원이 비급여 지급액이다.
특히 올 상반기 기준 정형외과의 지급액 대비 비급여액 비율은 71.0%에 이른다. 전체 진료과목의 비급여 비율인 57.8%를 크게 상회한다. 지난해도 정형외과의 비급여 비율은 70.3%로 높았다.
정형외과에 빠져나가는 금액은 1조원대에 이른다. 올 상반기 기준 정형외과에 지급된 보험금은 1조1135억원으로 전체 실손보험금 지급액 4조9439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5%에 이른다. 정형외과에 지급된 비급여 관련 보험금은 79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나 증가했다. 도수치료와 증식치료, 체외충격파치료 등 비급여 물리치료 때문에 비급여 비율이 높고 보험금 지급액도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가정의학과는 올 상반기 비급여 진료비로 1843억원 지급됐다. 전년 동기보다 3.8% 늘어난 수준이다. 전체 진료비 대비 비급여 지급액 비중은 70.4%로 높다. 연령과 성별, 질환의 종류와 관계없이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치료 등을 광범위하게 시행하면서 비급여 진료 관련 지급된 보험금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필수의료나 기피과로 분류되는 산부인과의 비급여 비율은 51.5%로 평균보다 낮았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산부인과에서도 성형·요실금 수술 후 하이푸 수술로 허위 청구하거나, 일반적으로 비뇨기과에서 시행되는 전립선 결찰술을 산부인과에서 시행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간 인기과로 꼽힌 안과의 경우 2020년에는 비급여 비율이 80.3%로 높았으나 올 상반기엔 28.9%로 낮아졌다. 2022년 비급여인 백내장 수술 관련 '입원 치료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실손보험 보상 기준이 강화된 영향이다.
최근 10년 간 비급여 진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인기과와 그렇지 않은 기피과 간 소득 격차는 확대됐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안과 의사 보수는 4억5837만원으로 2010년 대비 90.8% 올랐다. 두 배 가까이로 뛴 것이다. 정형외과는 4억284만원으로 88.1%, 마취통증의학과 보수는 3억4431만원으로 134.3%나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보수는 1억875만원으로 오히려 16.3% 떨어졌다. 산부인과 의사 보수는 2억5923만원으로 91.9% 올랐지만 인기과 대비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형외과, 안과 의사들의 경우 비급여와 실손보험으로 쉽게 돈을 벌면서 건물을 올리는 사례도 많았다"며 "실손보험을 통해 가격 제한 없이 비급여 치료비를 올려 받을 수 있도록 한 그간의 구조가 인기과와 비인기과를 나누고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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