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집권2기를 앞두고 대만 정·재계는 지정학적 안보와 경제 현안 대응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 소위 '찍히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고 미국산 무기 구입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만이 150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매 패키지 목록을 작성해 차기 정부 쪽과 논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일종의 트럼프의 취임 선물이 될 수 있다.
앞서 주말 FT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11일 중국 고객사로부터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의 첨단 반도체 주문을 받지 않기 시작했다. 이는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범용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조치로, TSMC는 매출 11%에 달하는 중국 시장을 사실상 포기하게 됐다. TSMC는 중국 화웨이가 출시한 첨단 AI(인공지능) 칩에 자사 반도체가 탑재된 미국 상무부의 조사를 받아왔다. 미 상무부의 요청이 있었다지만 트럼프 집권 2기를 앞두고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2018년 4월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한 제재를 시작으로 대중 반도체 전쟁의 포문을 열었던 트럼프 집권 1기(2017년 1월~2021년 1월)에 이어 트럼프 시즌2 역시 중국과의 반도체 전쟁은 피할 수 없다. 더구나 트럼프는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뺏어갔다며 방위비를 늘릴 것을 요구해왔다. 대만 정부도 이를 의식해 일찌감치 트럼프 팀에 구애를 보내고 있다.
다만 리차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비상주 수석 연구원은 "대만이 스스로를 돕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당 지도자들이 정치, 경제, 안보, 문화의 영역에서 대중 정책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며 "대만의 가장 큰 취약성은 내부의 정치 분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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