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민간 최대 복합개발 프로젝트, 한국 기술로 짓는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 2024.11.12 05:20

[K-건설, 해외 현장을 가다] ①삼성물산 건설부문 가오슝시 아오지디 복합개발 프로젝트

편집자주 | 대한민국 'K-건설'이 해외 곳곳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올해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 코리아'로 힘을 합쳐 이뤄낸 성과다. 아시아와 중동, 유럽 등 해외 건설현장 곳곳에서 K-건설의 위상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대만 가오슝 아오지디 복합개발 프로젝트/그래픽=김지영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 이은 '제2도시' 가오슝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은 지난해부터 가오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형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 중이다. 전체 공사비만 1조3000억원 수준으로 현재 대만 내 민간 공사 중에서도 최대 규모다. 3년 전 타오위안 국제공항 제3터미널 신축공사에 이어 대만에서 거둔 두 번째 대형 수주 성과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대만 푸본금융그룹의 자회사인 푸본생명보험이 발주한 '푸본 아오지디 복합개발' 공사를 따냈다. 일본 건설사들 위주였던 대만 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로서는 이례적으로 거둔 실적이었다. 현지 종합건설사인 '홍션'과 합작사(JV)를 구성해 수주했다. 총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 중 삼성물산의 지분은 약 1조원 규모(지분율 80%)다. 삼성물산은 프로젝트 총괄 수행을 맡았다.

아오지디 복합개발 프로젝트는 가오슝시에 지상 48층, 240m 높이의 오피스 빌딩과 23층 규모 호텔, 두 건물을 연결하는 지상 13층 근린시설(포디움)을 신축하는 공사다. 연면적은 55만7000㎡로 쇼핑몰과 아쿠아리움 등이 들어서고, 오피스는 푸본생명보험의 사옥으로 쓰인다. 가오슝시의 MRT(지하철)와 LRT(트램)이 교차하는 중심지로 역사 연계 시설도 설치된다. 준공 후에는 가오슝시는 물론 대만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달 초 방문한 가오슝 아오지디 복합개발 프로젝트 현장은 골조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달 기준 공정률은 약 23%다. 한국 직원 25명을 포함한 직원 220명, 현장인력 600여명 등 현지 파트너사 인력을 합하면 근무인력은 1000여명이 훌쩍 넘는다. 공정이 진행되면서 최대 상시 인력은 1600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물산 대만 가오슝시 아오지디 복합개발 프로젝트 사업 현장 모습 /사진제공=삼성물산
공사는 지상과 지하층 구간을 동시에 시공하는 '톱다운' 공법을 적용했다.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삼성물산이 제안한 묘수였다. 글로벌 초고층 공사 수행 역량을 갖춘 삼성물산이 사업 전체를 총괄하면서 지상층 공사를, 지하층은 현지 시공 경험이 많고 철근콘크리트 공사에 강점이 있는 대만 홍션이 맡았다. 협력사와 자재·인력조달, 현장 안전관리까지 공정기간을 지키면서 달성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에 요구되는 철골구조 물량은 7만5000톤에 달한다. 이는 롯데타워에 사용됐던 물량의 두 배에 해당한다. 삼성물산은 대규모 물량에 맞춰 공사기간을 조율하기 위해 지상·지하층을 동시에 추진하는 톱다운 공법과 함께 대용량 타워크레인 12대를 한꺼번에 배치했다. 고난도 철공 용접 작업에는 선진화된 설치공법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공사기간을 당초 현지 건설업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60~70%가량 단축했다.


철근·콘크리트에는 모두 고강도 자재를 사용했다. 국내보다 지진이 잦은 대만의 지리적 환경을 고려해 철골 구조를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콘크리트는 한국 아파트(300kgf/cm2)의 두 배 이상의 압축강도를 적용했다. 건물 외벽(커튼월) 공사도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첨단 공법을 도입했다. 원래는 소형 부재를 현장에서 개별로 설치하는 방식(스틱형)이었지만, 이를 사전 작업해 붙이는 형태(유닛형)로 변경했다.
삼성물산 직원이 대만 가오슝시 아오지디 복합개발 현장 사무실에서 안전 관리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사진=이민하
기자가 찾은 현장은 거대한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서울 삼성동 현대차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부지 8만㎡의 7배에 달하는 넓이에, 초대형 크레인 12대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현장 책임자의 사무실에는 공사 현장과 주변 일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화면이 켜져 있었다. 공사 현장 모습을 한눈에 파악해 공사의 품질과 함께 '안전'을 챙기기 위한 방안이었다.

현장 인력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한 흔적들도 곳곳에서 묻어났다. 전문 요리사를 채용해 한식뿐 아니라 현지 인력들의 입맛에 맞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습하고 더운 대만의 날씨를 고려해 휴게실과 화장실에도 에어컨을 설치했다. 글로벌 건설사로 하나부터 열까지 선진화된 작업환경을 보여주겠다는 결정에서다. 현지 우수인력을 뽑아서 반기별로 한국 연수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이 같은 현장 안전과 복지는 실제로 발주처 고위임원단이나 현지 정부 관계자들이 방문을 했을 때 가장 감탄한 대목이다.

대만 건설시장은 국내 대비 40% 규모로 추산되지만, 연평균 3%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대만 건설시장 규모는 2022년 675억3000만 달러에서 2027년에는 866억1000만 달러로 28.3%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타이베이, 가오슝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국 건설사들도 1996년부터 2005년까지 건설 호황기 때 활발하게 진출했다가 유럽, 중동 등 다른 지역 공략에 집중하면서 우선순위가 밀렸다. 현재 대만 건설시장은 중국회사의 진출이 불가하기 때문에 대만 현지 건설사와 현지화된 일본 건설사 위주다.

삼성물산은 1992년에 대만 지점을 설립 후 1996년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면서 진출했다. 고속철도, 유화공장, 테마파크 등 다양한 공사를 수주했지만, 대내외 환경 변화로 2015년에 결국 지점 철수를 결정했다. 2021년 1조8000억원 규모의 타오위안 공항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6년 만에 재진출했다. 삼성물산은 타오위안 공항과 가오슝 복합개발 프로젝트에 이어 시장 선점에 나섰다. 대만 최대 규모의 공공·민간 개발사업을 연이어 수주한 실적을 내세워 추가적인 프로젝트 참여를 늘려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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