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湖畔) 도시 춘천의 도심을 흐르는 약사천 얘기다. 주변에 녹지를 갖춰 낮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저녁엔 주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소중한 장소였지만, 구도심인 약사동의 쇠퇴로 동네 전체가 보존과 개발의 기로에 놓이면서 같은 운명에 처해졌다. 약사동 주민들은 약사천에 대해 빌딩숲 사이에 놓인 하천으로 방치하기엔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 7일 오후에 찾은 약사천은 바닥이 다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했고, 헤엄치는 물고기들도 금세 눈에 들어올 정도로 많았다. 여기에 약사천 주변 마을도 옛것을 간직하면서도 젊은 생기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에 하천을 보존하는 쪽으로 개발의 방향이 잡힌데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약사천은 '메이드 바이 약사천(made by 약사천)'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렇게 침체된 마을을 되살려보겠단 주민들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만나면서 숨겨졌던 약사천의 진가가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탔다.
우선 약사동엔 약사천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수공업팩토리'란 거점 공간이 조성됐다. 1층엔 지역에서 생산한 로컬상품 판매·전시장이, 2층엔 공방과 시민·관광객이 함께하는 체험장 등이 들어섰다. 약사천을 품은 여러 로컬 상품들도 개발되고 있는데, 과거 약방거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쌍화맥주를 비롯해 각종 약재를 사용해 만든 비누, 약사천의 풍경을 담은 도마와 차탁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최근엔 약사천 브랜딩의 성공으로 하천을 공유하는 효자동 등 인근 지역들로 브랜드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 행안부가 주도적으로 여러 부처들의 사업들을 하나로 묶어 예산 확보 등의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생활권 단위로 로컬브랜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메이드 바이 약사천'의 목표도 '넘버원' 브랜드가 아닌 약사천의 아름다운 장소성을 내세운 '온리원' 로컬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데 맞춰져 있다. 실제로 '메이드 바이 약사천'을 내세운 13팀의 로컬메이커들은 다음달 2일부터 한달 간 춘천에 있는 수공업팩토리에서 50여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메이킹워크샵을 운영하는 팝업스토어를 개최할 예정이다.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장은 "기능보다도 담긴 의미나 철학 등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인 만큼 약사천의 지역색을 담아 서로 다른 로컬메이커들과 다양한 세대를 연결할 수 있도록 '메이드 바이 약사천' 브랜딩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메이드 바이 약사천'은 신한금융그룹과 행안부가 로컬브랜딩 생활권에 3년간 20억원씩 지원하는 별도 사업에도 선정돼 지역사회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공헌도 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춘천시는 수공업팩토리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해 지역사회에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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