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가치가 처음으로 1000만달러를 넘겼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동안 서학개미가 늘어난데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인 테슬라를 비롯해 증시 전체가 랠리를 이어간 영향이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7일 기준 1013억6570만5812달러로 나타났다. 예탁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로 최대치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통계 집계 이래로 2022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늘어왔다.
특히 최근 미국 주식 보관액이 가파르게 늘었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해 680억2349만달러(약 94조 8587억원)였으나, 일 년도 되지 않아 49%대 늘었다. 이달에도 지난 1일 기준 914억2933만달러(약 127조 4799억원)에서 일주일 만에 100억달러(약 13조 9430억원) 가까이 불었다.
이는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을 해소한 미국 증시가 랠리를 이어간 영향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금리인하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으로 훈풍이 불었다. 지난 8일 미국 3대 주가지수(S&P500, 다우존스산업평균, 나스닥)는 일제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종목의 가치도 훌쩍 뛰었다. 지난 7일 기준 국내 투자자가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은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프로셰이즈 울트라프로 QQQ ETF(상장지수펀드) 순이다. 최근 한 달간 테슬라는 47%대, 엔비디아는 9%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는 11%대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미국 증시의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 단기 과열에 따른 차익실현과 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지만, 견조한 펀더멘털과 이들을 향하는 글로벌 유동성을 감안하면 하방 위험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가 이미 5%대 빠졌지만 증권가 전망도 밝지 않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은 앞으로도 박스권에 머무를 것"이라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가 외국인 매물을 맞고 있는데, 바닥을 잡는데 에너지를 쓰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실적 전망 하향이 멈추고 수출 증가율이 돌아설 것으로 보일 때 고민해도 충분하다"라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