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팔아 비트코인 사겠다"…의사·직장인들 속속 인증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24.11.11 14:26
워뇨띠의 2021년 삼성전자 매수 인증샷으로 알려진 스크린샷.

"하루 10만원씩 비트코인 모으기 시작해보겠습니다. 120개월 모으면 이평선(이동평균선)에서 얼마나 올라갈지 궁금하네요"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직업이 '의사'로 기재된 회원이 지난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코인 모으기 서비스를 사용하겠다며 쓴 글이다. 코인모으기는 특정 금액과 날짜 선택해 정기적으로 자동 매수하는 서비스다.

그는 "조금씩 넣다가 진짜 저점이라고 생각되는 가격까지 빠지는 경우엔 목돈을 넣겠다"며 가상자산을 모으는 것에 관심을 드러냈다. 11일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의 30일 이동평균선(30일간의 가격 평균을 이어그린 선)은 대략 9700만원 안팎. 비트코인 시세가 1억1000만선까지 돌파한 것을 감안하면 비트코인을 모으기 시작한 의사는 13% 가량 평가 이익을 낸 셈이다.

직장명이 삼성전자로 기재된 또 다른 회원은 "오늘 주식 팔고 수욜 몰려온다"라며 주식 매도대금을 동원한 신규 투자자들이 유입될 때까지 가상자산을 팔지 말자고 독려했다. 주식 매도 이틀 후 매도대금이 입금되는 국내 증시(미국 증시는 사흘 후)에서 이탈한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지지부진한 국내 주식 투자에 회의를 느낀 투자자들이 적립식 비트코인 구매 등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에 복귀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업비트의 최근 24시간 거래대금은 13조원을 넘어섰다. 업비트는 올해 3월 이후 하루 거래대금이 2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코인 모으기를 통한 누적 투자액은 서비스 출시 3개월도 안 돼 150억원을 돌파(지난달 28일 기준)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부진하면서 가상자산시장이 미국 뉴욕증시에 이어 국내에서 대안적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심지어 가상자산 파생상품인 선물(futures) 투자로 수천억원 수익을 본 국내 슈퍼개미 '워뇨띠'도 삼성전자 투자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1년 평균단가 8만1500원에 520억원 어치 매수했다가 45억원의 평가 손실을 입었다는 계좌 인증샷이 올라온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선까지 떨어져 있다 국내 주식에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망설이는 전업투자자들도 늘었다.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에 따른 달러 강세 효과와 수급 불안 등에 따른 것이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의 대선 이슈를 크게 오르면서 매수 적기나 적립식 투자 등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최근 늘었다"라며 "국내 증시에서 수익이 저조해 미국 증시로 갈아탔던 투자자들이 최근엔 가상자산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비트코인 폭등의 기폭제가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에 대해 "가상화폐 규제 완화에 따른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등 활용도 증가가 예상된다"라며 "가상화폐 산업 육성으로 투자 및 시장 규모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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